친구들은 이 여고생이 TV 출연 이후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고 있어 자살 원인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오전 5시 20분경 대전 동구 인동 M아파트에서 모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6) 양이 자신의 방 옷장 철봉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 김모(40) 씨가 발견했다. 경찰은 유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유서에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어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 죄송해요. 그동안 괴롭혀서 너무 미안해요. 심적으로 고통을 줘서 미안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딸이 전날 저녁 다이어트를 이유로 밥을 먹지 않은 채 감기에 걸린 조카(6)에게만 밥을 먹여 핀잔을 주자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고 진술했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이 양은 4월 28일 방영된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3개월 만에 40kg을 감량했다는 내용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양은 ‘40kg 감량 미녀’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왔으며 사회자는 이 양을 “3개월 만에 몸무게를 87kg에서 47kg으로 40kg이나 줄였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 이후 학교와 친구, 인터넷 등에서 ‘스타’가 된 이 양은 친구들에게 “가수가 되겠다”고 말해 왔다.
▽악플에 시달리던 이 양=학교 친구들은 “당시 프로그램 패널 중 한 명이었던 유명그룹 S의 멤버와 사진을 찍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 결정적으로 인신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양은 이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같은 반 친구는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그룹 S의 팬들에게서 하루 10여 통의 악성 전화와 문자를 받았고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도 평균 10개 이상의 악플이 올라와 무척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친구 박모(16) 양은 “숨진 친구가 한창 악플에 시달리던 지난달 5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요즘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익명이라고 함부로 올리는 글들을 제가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죽기를 바라나요. 정말 힘듭니다.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일단 이 양이 자살한 원인을 악플과 지나친 다이어트의 후유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