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학회 신약 연구결과 발표 현장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 한국에서 매년 1만1200여 명에게 발생하는 간암은 지금까지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없었다. 이 학회에서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사는 자체 개발한 신장암 치료제 ‘넥사바’가 말기 간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바이엘사는 2005년 3월부터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의 간암 환자 602명을 대상으로 넥사바를 하루 2알씩 먹은 환자와 가짜 약을 먹은 환자를 나눠 비교한 결과 위약군은 7.9개월, 넥사바군은 10.7개월 수명이 연장됐다고 밝혔다.
넥사바는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내피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부작용이 적은 ‘다중 표적 항암제’ 중 하나다. 이미 진행성 신장암 치료제로 시판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과 유럽 각국의 보건당국에 간암 치료제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 치료제 없던 분야 신약 많아
뇌종양도 치료약이 잘 안 듣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교모세포종(뇌와 척수의 안에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생기는 종양)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약 ‘리센틴’을 투여한 결과 8명이 6개월 뒤에도 종양이 악화되지 않고 생존했다고 발표했다.
뇌종양으로 진행된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그동안 말기 유방암 환자의 3분의 1은 뇌로 종양이 전이됐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영국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전이된 뇌종양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던 암 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신약 ‘타이커브’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한 결과 22%의 환자가 뇌종양이 더는 커지지 않거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GSK 타이커브는 치료제가 드문 특정 형태의 유방암(HER2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발현되는 유방암)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화이자의 ‘수텐’도 신세포 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국내 젊은 의학자 활약 두드러져
이번 학회에서는 한국의 젊은 의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서울아산병원 이성숙(36) 임상강사(전임의)는 그동안 항암제 투여 시 구토, 손발 가려움증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통상 쓰던 약인 ‘피리독신’이 실제로는 예방 효과가 없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아 ASCO가 주는 ‘메리트 어워드’를 받았다. 메리트 어워드는 ASCO에서 발표되는 5000여 건의 논문 중 각 분야 세계 최초 연구논문에만 주는 것으로 올해 수상자는 이 씨를 비롯해 3명뿐이었다.
이 밖에 무의촌에서 복무 중인 이경훈(29) 김범석(29) 씨는 지난해 서울대 레지던트(전공의) 과정 4년차 때 발표한 논문을 인정받아 학회 부스에 논문에 대한 포스터를 붙여 놓고 방문하는 의학자들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레지던트 때 발표한 논문이 ASCO에 초청받는 일도 드문 편이다.
시카고=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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