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휴대전화 디자인 ‘작은 변화’로 ‘큰 성공’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

1990년대 중반 한 TV 신제품의 광고 문구다. 기존 TV는 가로 대 세로 비율이 ‘4 대 3’이었는데 이 TV는 ‘12.8 대 9’로 가로를 좀 더 길게 했다. 화면이 훨씬 더 넓고 시원해 보이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 TV는 1인치, 즉 2.54cm 덕분에 대박을 터뜨렸다.

요즘은 1인치보다 더 작은 1cm의 힘을 발휘하는 전자 정보기술(IT) 제품이 적지 않다.

LG전자와 프라다가 공동 제작한 명품 휴대전화 ‘프라다폰’[3]의 고급 가죽 케이스는 제품의 길이보다 1cm가량 짧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불균형이다. 짧은 케이스 덕분에 휴대전화 상단의 ‘프라다(PRADA)’ 로고가 항상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 일종의 ‘명품 과시’ 디자인이다.

LG전자의 노트북PC인 ‘엑스노트’[1]는 키보드 부분이 디스플레이 부분인 덮개보다 1cm 길게 설계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트북을 닫았을 때 생기는 1cm의 간격이 남다른 세련미를 준다”고 말했다. 키보드 부분의 ‘남는 1cm’에는 전원이나 배터리, 잠금 상태 등을 알려주는 장치가 있어 노트북을 굳이 열지 않아도 기본 정보를 알 수 있는 실용성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미니스커트폰’[4]도 휴대전화의 1cm가 가진 위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휴대전화 아랫부분을 마치 속치마가 살짝 흘러나온 것처럼 디자인해 요즘 패션계에서 유행하는 ‘레이어드(겹쳐 입기)’ 스타일을 표현했다. 이 제품을 디자인한 김진수 책임연구원은 “바깥층이 속층을 감싸는 느낌이 3차원적인 느낌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 3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모토로라의 ‘레이저폰’[2]은 슬라이드나 폴더 스타일 모두 앞면과 뒷면이 1cm가량 차이가 난다.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이 1cm를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한다. 휴대전화 위쪽에 달려 있던 안테나를 이 아래쪽 1cm 안에 넣어 편의성을 높이고 디자인의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DDM) 연구소의 허병무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에 있어서 1cm는 제품의 전체 개념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광대한 공간일 수 있다”며 “1cm를 강조점으로 부각하면 세련미나 단순미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판타지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5]의 전원 버튼에 지름 1cm의 원형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이 같은 ‘1cm 포인트’의 위력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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