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법제화 과정에서 IPTV 도입을 둘러싼 엇갈린 시각을 어떻게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을 것인지의 문제이다. 현재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대 쟁점은 ‘방송 사업권역’을 기존의 지역면허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전국면허로 할 것인가이다. IPTV 업계는 인터넷망의 특성상 전국 단일사업권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인 데 반해 케이블(CA)TV 업계는 기존의 지역별 방송권역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래 CATV의 방송권역은 CATV를 운영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권역 내 독점사업권을 보장함으로써 지역방송편성 의무를 부여해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한편으로는 적정한 이윤 보장을 통해 사업으로의 유인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역방송발전이라는 공익적 명분이 최근에는 지역성을 담보로 하여 SO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위성방송,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 포털 등 전국사업권 형태의 대안 매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SO 간의 수평적 수직적 결합에 따른 대형화로 CATV 사업자가 지역방송사업자라는 등식은 깨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의 방송권역은 총 78개이다. 상위 7개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전체의 83%인 65개 권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54개의 방송권역에서는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반면 경쟁이 도입된 지역은 24개에 불과하고 이 지역 또한 2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과점체제라는 점이다.
수직적 결합도 활발해서 제공 채널의 약 30%가 MSO의 계열사인 데다 평균 시청률 상위 10개 채널 대부분도 MSO 보유 채널이다. 이제는 지역독점에만 집착해서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CATV 시청자는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지역에서 제공하지만 자신의 거주지역에는 제공되지 않는 채널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IPTV가 제공되면 플랫폼 선택과 콘텐츠 선택으로 이루어진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다. 플랫폼 선택의 자유를 통해 제한된 채널 시대는 마감하고 콘텐츠 선택의 자유를 통해 나만의 맛있는 디자인TV 시대가 올 것이다.
IPTV 도입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향상과 방송 산업 도약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IPTV를 조속히 법제화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창섭 서강대 교수 커뮤니케이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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