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모토로라 미국 본사의 여성사업위원회(WBC·Women’s Business Council)가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으로 휴대전화 자판 누르기가 불편하다”고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제품들은 손톱이 세로선에 잘 끼고 손톱으로 버튼을 누르다 보면 숫자가 지워지곤 했다.
이 사례는 모토로라의 뿌리 깊은 ‘다양성(Diversity) 문화’를 함축한다. 이 회사의 ‘글로벌 다양성 부서’는 WBC뿐만 아니라 흑인, 장애인, 아시아, 라틴 사업위원회도 두고 있다.
회사 직원 중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이 참여하는 ‘성적(性的) 소수자 사업위원회’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모토로라는 동성애 소비자들에게 호의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들 다양한 사업위원회는 ‘여러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회사에도 그와 같은 각양각색의 임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라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 법인인 모토로라코리아는 200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WBC를 출범시키면서 모토로라식 다양성 문화를 한국에도 전파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WBC는 그동안 남성 엔지니어들이 중심 역할을 해 온 정보기술(IT) 업계에 우수 여성 인력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기 위한 ‘IT 취업 상담’과 ‘여성과 디자인 리더십 강연’ 등을 진행해 왔다.
WBC 위원장인 임정아(35) 전략기획·마케팅 담당 이사는 “남성 중심이던 기업 문화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교육이나 지원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도 WBC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 명의 임원 중 유일한 여성인 임 이사는 젊은 여성 직원 2명의 ‘멘터(선배 도우미)’ 역할도 하고 있다. WBC의 멘터 프로그램은 ‘앞서 간 여자 선배가 여자 후배를 지도하고 이끌어 주는 제도’다.
임 이사는 “후배들은 ‘선배처럼 여성 임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을 갖춰라’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여성 임원’이란 자리는 없고 ‘임원’이란 직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WBC도 미국 본사처럼 신제품 개발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에도 ‘여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적극적 역할을 하는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