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식용으로 쓰이던 우뭇가사리가 요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 수요 느는 바이오에탄올… 문제는 원활한 원료 공급
최근 국제 옥수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석유 값이 급등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밀 감자 고구마 같은 전분질계 식물이 바로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다. 전분(녹말)은 여러 개의 당 성분이 사슬처럼 엮여 있는 다당류(多糖類). 여기에 효소나 산성 화학물질을 넣으면 사슬이 끊어져 단당류(單糖類)가 된다. 이렇게 얻은 당에 미생물을 넣고 발효시키면 에탄올이 만들어진다. 사탕수수나 사탕무 같은 당질계 식물은 바로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먹는 농작물을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쓰는 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개발국에서는 식량으로 쓸 농작물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과학자들은 왕겨나 옥수수대, 폐목재 같은 목질계 원료로 눈을 돌렸다. 당질계나 전분질계가 바이오에탄올 원료의 1세대라면 목질계는 2세대인 셈.
나무를 구성하는 주성분인 섬유소(셀룰로오스)도 다당류다. 셀룰로오스를 쪼개면 단당류인 글루코오스가 만들어진다. 이를 미생물로 발효시키면 에탄올이 된다. 현재 국내외에서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목질계 원료의 가장 큰 단점은 리그닌 성분. 단당류로 쪼갤 수 없어 불순물로 남기 때문이다. 리그닌을 제거하려면 화학약품을 넣거나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 세계적으로 상용화 안돼… 기술 선점 좋은 기회
바이오에탄올의 원료가 되려면 녹말이나 셀룰로오스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번엔 리그닌이 들어 있지 않은 바다 식물로 눈을 돌렸다. 바로 해조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해조류 중에서도 우뭇가사리, 김, 꼬시래기 같은 홍조류가 탄수화물이 특히 많아 3세대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뭇가사리는 20∼30%가 섬유소, 65∼68%가 우무로 이뤄져 있다. 우뭇가사리를 70∼80도에서 푹 삶으면 섬유소와 우무가 분리된다. 섬유소와 우무를 구성하는 성분은 각각 글루칸, 갈락탄이라는 다당류. 여기에 효소나 산성 화학물질을 넣어 당 사슬을 쪼개면 단당류인 글루코오스와 갈락토오스가 된다.
연구원은 섬유소의 80%, 우무의 50% 이상을 단당류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단당류를 미생물로 발효시키면 그중 80%가 에탄올로 바뀐다. 우뭇가사리의 에탄올 생산수율은 약 45%. 당질계나 전분질계(30∼35%), 목질계(20∼25%) 원료의 생산수율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우뭇가사리가 자생한다. 성체 우뭇가사리의 몸길이는 보통 30∼40cm. 두 달이면 이 정도까지 자란다. 국내에서는 1년에 3, 4번, 동남아시아에서는 5, 6번까지 양식이 가능하다.
연구원 김경수 환경에너지본부장은 “국내 양식 가능 면적의 절반만 이용해도 연간 19억 L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 소비하는 휘발유의 20%를 대체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쓸 수 있는 또 다른 해조류를 찾고 있다. 연구원 김기협 원장은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생산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선점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세대별 바이오에탄올 원료 비교 | |||
당·전분질계(1세대) | 목질계(2세대) | 해조류(3세대) | |
원료 생산 주기 | 1년에 1, 2회 | 최소 8년 이상 | 1년에 4∼6회 |
단위면적당 원료 생산량 (ha당 t) | 180 | 9 | 565 |
에너지 전환수율 | 30∼35% | 20∼25% | 45% 이상 |
제조 원가 (L당 달러) | 0.2∼0.3 | 0.4 | 0.2 이하 |
장점 | 이미 상용화 | 폐목재나 농업 부산물 활용 | 풍부한 원료 |
단점 | 농산물 가격 급등 | 제조공정 복잡 (리그닌 제거) | 사용 가능한 종 추가 발굴 필요 |
자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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