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통해 모양이나 촉감이 진짜 같은 큰 유방을 가질 수 있다면? 유방 확대 수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7월 국내에서도 실리콘 젤 보형물 사용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실리콘 보형물은 진짜 유방 같은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성형외과에는 수술 문의가 늘고 있다. 1992년 실리콘 보형물이 금지된 이유는 여성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다른 종류의 실리콘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많다. 유방 수술 전문가 3명이 만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방암 전문가인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 네트워크 병원인 아름다운나라 명동 성형외과 정유석 원장,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압구정서울성형외과 이민구 원장이 그들이다.》
▼‘코젤’시술 진짜 같아…‘식염수 백’은 크기 조절 쉬워▼
▽정유석=코젤 승인이 나면 환자가 급증할 줄 알았는데 상담은 늘었지만 의외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그다지 늘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심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영=유방암 환자들은 보형물을 넣기보다 자기 몸의 근육을 떼어다 붙이는 재건수술을 주로 한다.
▽이=코젤 승인 전에 많이 사용했던 식염수 백은 시간이 지나면 샌다. 통상 10년 정도 지나면 원래 수술했던 크기보다 5∼10% 줄어든다. 식염수야 흡수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모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줄어들고 유방의 아래쪽이 쭈글쭈글해질 수 있다.
▽정=코젤은 사용 승인이 난 지 얼마 안 되므로 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코젤을 계속 사용해 온 일본이나 유럽에서 그런 문제는 없었다. 한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술 받은 지 3년 후부터 매 2년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게 한다.
▽이=우리는 중국 선전(深(수,천))에도 병원이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식염수 백밖에 못 썼지만 중국에서는 코젤도 썼다. 큰 문제가 없었다.
▽정=무엇보다 코젤은 촉감과 내구성이 좋다. 그렇다고 식염수 백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로 조절할 수 있다. 백을 먼저 유방에 넣고 뚫린 구멍으로 식염수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젤은 ‘레디메이드’ 상태로 나와 크기 조절이 힘들다.
▽이=하긴 예전에는 식염수 백 수술을 하다가 환자를 깨워서 거울을 보라고 하기도 했다.
▽정=무엇보다 식염수 백의 장점은 살을 조금만 절개하고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빵빵하게 채운 코젤을 넣으려면 겨드랑이 근처를 4∼5cm 잘라야 하지만 식염수 백은 2∼3cm만 자르면 된다.
▽이=식염수 백은 겨드랑이뿐 아니라 배꼽, 유륜(乳輪)도 잘라서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환자에게 코젤 수술을 권한다. 소비자 만족도가 낫기 때문이다.
▽정=나도 마찬가지다. 식염수 백으로 수술한 환자 중 요즘 재수술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전문가 통한 파라핀-액체 실리콘 시술 암 유발 위험▼
▽이=미국에서 유방 확대수술과 암 발생, 암 검진의 연관성을 연구했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노=검진할 때도 만일 보형물을 근육 뒤에 넣어두면 암과 헷갈리지 않고 잘 찾아낼 수 있다. 다만 비전문가들로부터 파라핀이나 액체 실리콘을 주사로 주입하는 시술을 받으면 초음파로는 못 찾아낸다. 유방조직 전체가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물질 모두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유방 확대수술을 받으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이=액체 실리콘을 넣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서울 강남의 부유한 주부나 연예인 중에도 쉽게 생각하고 이를 넣었다가 암 공포에 시달려 아예 절개하고 보형물을 새로 넣은 사람들이 있다.
▽노=유방암 환자들의 유방 재건수술에 보형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건강 때문이 아니라 모양 때문이다. 피부를 당겨서 부풀린 다음 보형물을 넣기 때문에 환자가 누웠을 때 마치 컵을 두 개 엎어 놓은 것처럼 단단하게 솟아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대부분 근육 이식 수술을 하고 부분 절개의 경우에는 지방 주입도 한다.
▽정=근육 이식을 통한 유방 확대수술은 1500만∼2000만 원 든다. 식염수 백은 500만 원 전후, 코젤은 700만 원 전후다.
▽이=성형수술에서 지방을 주입하지 않는 건 몸속 지방의 양이 원하는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방은 아무리 많이 넣어도 많은 부분이 괴사하고 40%만 살아남는다. 나무 옮겨심기와 마찬가지다.
▽정=지방 주입수술을 몇 차례 해봤는데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꾸 크기가 줄어드니까 몇 차례 재수술해야 했다.
▼여성에게 유방은 얼굴…스트레스 받을 정도면 성형 고려▼
▽정=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유방을 떼어냈을 때의 상실감은 매우 큰 것 같다.
▽노=상실감을 이겨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쪽 유방을 절개한 여성이 나중에 아이를 갖자 나머지 유방으로 모유 수유를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나도 많이 격려했다.(노 교수는 친절한 의사라 따르는 환자들이 많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방 절제수술을 받게 된 환자가 겁을 내자 마취될 때까지 손을 잡고 캐럴을 불러줬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여성에게 유방은 얼굴과 마찬가지다. 요즘은 학부모끼리, 친한 친구끼리 사우나에서 벗은 몸으로 만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비교해 보게 된다. 과거에 피부가 안 좋거나 얼굴이 못생겨서 받는 스트레스와 요즘 유방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비슷한 듯하다.
▽노=너무 여성들을 그렇게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 때문 아닌가.
▽정=나에게 찾아온 환자 중 한 명은 C컵이었는데 D컵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남자친구가 큰 유방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술을 했는데 남들은 다 미련해 보인다고 했고, 본인은 만족해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큰 가슴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B컵 브래지어가 조금 남는 정도의 사이즈를 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남편이 출장 갔을 때 몰래 오는 주부도 많다. 방학 때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 유학 간 학생들이 온다. 아무래도 서양 아이들과 비교하다 보니 왜소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런 경우에는 큰 사이즈를 원한다.
▽정=학생들은 줄여 달라고 오는 경우도 많다. 10대 소녀들 중에는 큰 가슴을 가리려 구부정한 자세를 오래 취하다 보니 어깨가 휘거나 목 디스크, 땀띠가 생기는 아이도 있다. 축소수술은 3시간 걸린다. 확대수술은 1시간 걸리니까 축소수술이 더 힘든 셈이다.
▽이=중요한 건 정신적 만족감이다.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면 확대나 축소하는 것을 생각해 볼 만하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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