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5일 오전 '한국우주인 선발협의체' 회의를 열어 우주인 후보 고산 이소연 씨 중 고산 씨를 탑승우주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산 씨가 탑승 우주인으로 선정됨에 따라 고산 씨와 함께 우주인 훈련을 받아왔던 이소연 씨는 자동적으로 예비우주인인 된다.
지난해 4월 우주인 후보 공모를 시작으로 3만62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한국 최초 우주인 선정 작업은 1년5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내년 4월 첫 한국 우주인을 우주에 올리기 위한 준비작업이 본격화된다.
고산 씨는 내년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비행에 나서며 국제우주정거장(ISS)에 7~8일 동안 머물면서 우주과학 실험 등 우주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한국우주인 선발협의체는 이날 오전 과기부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어 우주인 후보 선발 성적(30%)과 러시아 현지 훈련에 대한 러시아 전문가 평가(50%), 국내 우주과학 실험평가(10%), 종합평가(10%)를 반영해 탑승우주인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선발협의체 위원들은 두 명 모두 우주임무를 완수할 능력을 지녔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으나 최종 선택에서는 러시아 훈련 중 실습훈련과 국내 우주과학실험 훈련에서 이소연 씨보다 나은 평가를 받은 고산 씨를 선발했다.
이날 결정된 우리나라의 탑승·예비우주인 명단과 우주과학실험 내용은 ISS 운영을 맡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다자간 승무원 운영위원회(MCOP)에 이달 중 통보되고 이 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과기부는 '한국 최초 우주인 선정서 수여식'을 이날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오전 8시30분) 주 러시아 대사관에서 갖고 이규형 주 러시아 대사가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대신해 두 사람에게 탑승·예비우주인 선정서를 수여할 예정이다.
한편 이소연 씨는 지금까지 고산 씨와 함께 훈련을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이미 탑승팀과 예비팀이 결정돼 있는 러시아우주인들과 함께 실제 임무 수행을 위한 그룹훈련을 받게 된다.
탑승우주인이 의료 또는 기타 문제로 탑승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탑승 직전이라도 교체될 수 있기 때문에 예비우주인 이소연 씨도 마지막 순간까지 예비팀과 함께 탑승우주인과 동일한 우주임무 훈련을 받는다.
내년 4월 고산 씨가 우주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우리나라는 세계 36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하고 11번째로 우주과학 실험을 한 국가가 된다.
이와 함께 고산 씨는 '한국 최초 우주인'의 영예를 안고 예비우주인 이소연 씨와 함께 우리나라 우주개척의 선구자로서 '과학기술 홍보대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디지털뉴스팀
[인터뷰]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 씨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내년 4월 우주 비행에 나설 우주인으로 선정된 고산 씨는 5일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행복하다.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고 씨는 "영광스러운 역할을 맡겨주신 만큼 대한민국 국민이 우주에 첫발을 내딛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모두의 꿈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올라가 우주에서 멋지게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우주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국민 여러분도 계속 관심을 갖고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예비우주인 이소연 씨는 "탑승, 예비 우주인이라기보다 멋진 우주인이 되는 게제 목표였고 꿈이었다"며 "멋진 골이 터지려면 항상 멋진 어시스트를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멋진 어시스트를 하는 예비 우주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산 씨와 일문일답.
-그 동안 2명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는데 힘든 면은 없었나?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서로에게 많이 도움이 돼 힘든 점은 별로 없었다. 서로 예의를 갖추면서 정정당당하게 돕고 경쟁했다고 생각한다. 선의의 경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
-함께 우주비행을 하게 될 러시아 우주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러시아 우주인들 두 명 모두 이번이 첫 비행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예비 우주인 역할을 수행했고, 10년 넘게 훈련을 받았다. 이번 비행은 러시아와 한국의 우주인 세 명 모두에게 처녀비행이라 설레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무척 긴장된다. 남은 기간 부족한 경험을 대신 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어떤 훈련이 계획돼 있나. 전반기와 차이점은…?
"전반기에는 여러 시스템을 이해하는 이론 수업이 많았다. 하반기에는 무중력적응훈련, HAM 라디오 교육, 헬기 구조 훈련 등이 계획돼 있다. 10월부터는 3인 1조의 탑승팀과 예비팀, 두 팀이 구성되어 각각의 승무원들이 함께 하는 팀 훈련이 계획돼 있다."
-우주비행 임무 완수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우리나라가 멀지 않은 미래에 유인 우주산업, 우주실험 분야에서 다른 우주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는 역할을 하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일이나 우주개발에서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그런 역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으로서 실재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 우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지금까지 해온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야 연구를 행성탐사 로봇이나 우주 수리 로봇 등의 연구에 접목해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국제 우주개발의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 보고 싶다."
-예비우주인에게 격려의 말을 해 준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 주어서 고맙다. 혼자였다면 훨씬 힘들었을 길을 함께해서 쉽게 달려 왔다. 앞으로도 경쟁자이기 전에 유인 우주개발 동반자로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된 일, 인생의 전환점 같은 것이 있다면…?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는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이곳 저 곳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머니와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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