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면제 너무 쓴다…하루 2건씩 중복처방 받은 환자도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오남용할 경우 뇌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마구잡이로 중복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처방이란 같은 질병으로 여러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거나 같은 병원 내의 다른 진료과에서 동일한 처방전을 받는 것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재희(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에만 전체 의약품 처방 건수의 1.9%인 42만1351건이 중복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처방이 가장 많은 성분은 소화제 계통이었지만 중복 횟수가 가장 많은 것은 최면진정제(수면제)나 신경안정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 실제 한 달간 중복 처방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5명의 처방 내용을 분석한 결과 5명 모두 수면제 성분인 ‘주석산졸피뎀’을 중복 처방받았다.

특히 A(34) 씨는 이 기간 주석산졸피뎀을 무려 51회나 중복 처방받아 하루 평균 2건씩 수면제를 받았고 B(39) 씨는 35회, C 씨는 30회였다.

중복 처방이 늘어나면서 3건 이상 중복 처방된 상위 10개 성분 중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3개를 차지했다. 주석산졸피뎀 성분은 총 2113건의 중복 처방이 이뤄져 전체에서 5위를 기록했다. 신경안정제 성분인 ‘디아제팜’은 1175건으로 7위, 또 다른 수면제 성분인 ‘트리아졸람’은 819건으로 9위를 기록했다.

전 의원은 “수면제나 향정신성의약품은 과다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약품의 중복 처방으로 연간 1400억∼2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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