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샘비대증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증세가 심해지는데, 여기에 증상을 악화시키는 일부 감기약을 복용하면서 요폐가 급격히 진행된 것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가 되면서 감기약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감기약은 일반인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무턱대고 복용했다가는 김 씨처럼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감기약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 전립샘 질환, 녹내장에는 항히스타민제 조심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암을 앓는 남성은 항히스타민제가 든 감기약을 복용할 경우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물로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와 전립샘을 둘러싼 요도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급성 요폐를 불러오기도 한다.
전립샘 환자들은 날씨가 쌀쌀해지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보기가 더 힘들어진다. 여기에 감기약까지 복용하면 요폐가 빠르게 진행된다. 환절기에 급성 요폐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전립샘비대증 환자 중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복용한 경우가 많다.
또 항히스타민제는 녹내장의 하나인 폐쇄각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폐쇄각녹내장은 눈 속의 수분을 방출하는 전방각이 막혀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야가 점점 줄어드는 질병이다. 항히스타민제는 눈의 동공을 확장시켜 전방 시야를 더욱 좁게 만든다.
대부분의 종합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종합감기약을 구입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먼저 “전립샘비대증 혹은 녹내장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감기약을 복용하다가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든지, 안개 낀 것처럼 보인다든지, 눈에 통증을 느낄 때는 즉시 안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 감기치료 중에도 천식-비염 약 계속 먹어야
천식, 비염, 부비동염(축농증)을 앓는 사람이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먹으면 증세가 악화되기 쉽다. 천식 환자 중 10%는 아스피린이 들어 있는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면 숨쉬기 힘들 정도로 기침이 나는 천식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감기 치료에 집중하느라 천식, 비염 약을 잠시 끊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감기가 기도 속에 있는 알레르기 염증을 악화시키면서 천식, 비염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식, 비염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이미 있던 질환에 대한 치료는 더욱 열심히 하면서 추가로 감기약을 써야 한다.
위염 위궤양 환자들도 소염진통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소염진통제가 위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의 생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약물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감기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 해당 성분을 넣지 않도록 하면 된다. 가급적 최소 용량의 소염 진통제를 사용하고 아스피린에 비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타이레놀 등의 약을 쓰는 것이 좋다.
○ 심장질환, 고혈압 환자는 교감신경흥분제 주의
가래를 없애고 막힌 코를 틔우는 데 쓰이는 ‘에페드린’ 같은 교감신경흥분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먹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불면증과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 평소 심장이 약한 사람도 가슴이 너무 뛸 수 있으므로 에페드린 성분 감기약을 삼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도 에페드린 성분 감기약을 먹으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도 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감기약을 먹고 혈압을 재면 평소보다 혈압이 올라 있는 사람, 평소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인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어떤 사람들은 종합감기약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에 중독돼 감기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감기약을 먹어야 개운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용 횟수가 늘수록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자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감기약도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커피, 우유, 주스, 차보다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진통제와 함께 먹으면 한꺼번에 많은 카페인이 몸속에 들어와 가슴이 뛰고 기분이 몽롱해진다. 우유 속의 칼슘이나 차에 들어 있는 타닌은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약효가 줄어들 수 있다. (도움말=손기호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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