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미디어]3800여명의 한글 ‘위키피디안’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티끌 정보 모아서 태산 지식”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 밴드 ‘디 프린첸(Die Prinzen)’의 팬인 대학생 정윤원(20·연세대 공학부) 씨. 그는 음악 서적, 포털 사이트 등에서 관련 자료를 찾았지만 좀처럼 얻을 수 없었다. 정 씨는 한 웹사이트에 이 독일 밴드에 대해 자신이 아는 내용을 간단히 올렸다. 시간이 지나자 한 누리꾼이 밴드 사진을 첨부했고 다른 누리꾼은 정 씨가 잘못 기재한 앨범 제작 연도를 고쳤다. 그가 처음 글을 올린 인터넷 사이트는 ‘위키 백과’(한국어 위키피디아의 정식 명칭)였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현재 250개 언어로 된 700여만 건의 정보가 축적된 다국어판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2002년 시작된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현재 4만3600여 건의 한글 정보가 올라 있다.

누가 국내 위키 백과를 만들어 갈까? 한국 위키피디안 정윤원 씨와 정경훈(22·인터넷 업체 근무·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휴학 중) 씨를 만났다.

위키 백과를 만들어 나가는 국내 위키피디안은 3800여 명. 사이트에서 무료 계정을 만들면 자동으로 정보 수정 권한이 주어진다. 이들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람과 미디어(人+media)의 결합이다.

“기존 백과사전은 전문 편집자가 정리해 깔끔한 대신에 편집자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내용은 배제되죠. 하지만 위키 백과는 개인이 만든 정보가 시스템(미디어)에 의해 수많은 사람을 거쳐 수정, 보완, 편집되기 때문에 살아 숨쉬는 정보가 가득해요. 수정된 내용은 이전 자료와 비교할 수 있어 특정 정보가 어떻게 수정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정윤원)

위키피디안 정경훈 씨는 위키 백과 뷰로크래트(관리자) 10명 중 한 명이다. 관리자는 국내 위키피디안의 투표로 선출되며 위키 백과 정보 전반에 대한 관리를 맡는다.

“위키 백과 내 정보는 누구나 자유롭게 실행, 복사, 출판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위키피디안은 정보를 올릴 때 저작권이 있는 사전, 책 등을 그대로 베끼지 않아요.”

그러나 위키 백과와 네이버 등 일부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 서비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정보가 단순 나열되는 ‘지식인’과 달리 위키 백과는 정보가 정리, 편집되면서 한 차원 높은 ‘지식’으로 진화합니다. 나열된 정보는 어디에 오류가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편집되고 수정된 정보는 비교적 온전한 지식이 됩니다.”(정윤원)

위키피디안들은 무엇보다 위키 백과 정보의 중립성, 객관성을 중시했다. 위키 백과는 정보 간 충돌이 있는 사안은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 준다.

“위키 백과에 있는 독도 자료의 경우 처음 다케시마 등 일본 쪽 이야기가 들어간 정보는 국내 누리꾼이 자꾸 삭제했어요. 이에 대해 사용자 간 토론이 이어졌고 일본 측 이야기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죠. 지금은 독도에 대한 일본 내부 반응 등도 들어 있습니다.”(정경훈)

하지만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민주당 등이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입맛에 맞게 편집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자유와 참여를 강조하는 집단지성도 부작용을 갖고 있는 것.

“집단지성은 궁극적으로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수단이지만 완벽히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정 능력을 믿지만 무조건 맹신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정경훈)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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