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중문화에 있어서 “꽃미남”과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힘은 강력하고 절대적이다. 상호 필요충분한 관계임을 재빨리 파악한 두 단어는 활발한 크로스오버 활동 속에서 썩 괜찮은 결과물을 거듭해서 생산했다. 하나의 현상이 발생하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당연히 그 뿌리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를 관통하며 “꽃미남”과 “아이돌”을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장동건과 기무라 타쿠야를 줌인해 보기로 하자.
1972년 동갑내기인 장동건과 기무라 타쿠야는 MBC 21기 공채 탤런트로, 아이돌 그룹SMAP의 1집 앨범
완벽한 얼굴을 가진 남자, 장동건
무릎팍 도사가 주책맞을 정도로 사랑해 마지않는 장동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완벽한 얼굴이다.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청춘 드라마를 통해 장동건이 처음 브라운관에 등장했을 때 TV 앞에 있는 대중은 남녀를 불문하고 비주얼 쇼크에 빠졌다. 그는 “남성 비주얼”이라는 것에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대중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것이다.
이제껏 존재한 적이 없는 놀라운 비주얼을 가진 남성이 출현함으로써 장동건은 단순한 신인이 아니라 조각 같은 외모만큼 이상적인 ‘남성’으로써 대중에게 각인된다. 하지만 장동건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될 벽이 있었다. 바로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었다. 그의 완벽한 외모가 대중으로 하여금 그에 맞는 완벽한 연기력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중은 모르지 않았다. 단, 그들은 그것이 장동건에게는 적용되길 원하지 않았다. 대중은 장동건을 자주 보고 싶었고 그를 볼 때마다 완벽함에 대한 요구는 커졌지만 매번 부족함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부족한 연기력에 화를 내면서도 대중은 잠깐의 기다림도 지루해하며 눈길이 가는 곳마다 장동건이 있기를 원하고 모든 캐릭터에서 그를 요구했다. 동시에 장동건의 연기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마다 배우로써 축복받은 그의 외모는 “얼굴만 잘 생긴 배우”라는, 조롱에 가까운 비난에 대한 명확한 증거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노력은 차츰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연기력에 대한 괴리감이 좁아지면서 장동건은 ‘잘 생긴 악역’, '잘 생긴 정신분열자’, ‘잘 생긴 해적’ ‘잘 생긴 노예’ 등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직 그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를 멀티플레이어적으로 연기하며 대중의 감정 이입을 능숙하게 유도했다. 배우로써 누구보다 성실한 그의 노력과 피땀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장동건은 목화씨를 처음 들여온 문익점처럼 불모지나 다름없이 수요조차 없던 국내 꽃미남 시장 최초로 ‘아름다움’을 공급한 셈이다. 이제 장동건은 모든 꽃미남 배우들이 거쳐야 할 단계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완성한 최초의 배우이자 가장 닮고 싶고 넘어야 할 산으로써 자리매김한, 관객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행복한 배우이다.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을 소유한 남자, 기무라 타쿠야
2007년 가을, 일본을 대표하는 수퍼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드디어 난공불략의 한반도를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의 영화
일본 열도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 기무라 타쿠야는 데뷔 후 15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로써,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아시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특급 스타이다. 크지 않은 키와 정형화 되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인 기무라 타쿠야는 특유의 다양한 매력으로 14년 연속 일본잡지 <앙앙>이 선정한 “안기고 싶은 남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앞으로도 깨기 어려운 기록임에 틀림없다. 그는 결혼을 하고 두 딸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변함없이 여성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무라 타쿠야의 진정한 가치란 그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한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기무라 타쿠야가 소속된 일본 최정상의 아이돌 그룹 SMAP는 데뷔 초기에는 음반사와 사무실이 포기 했을 정도로 끊임없는 “가창력” 논란과 “함량 미달”의 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아이돌이라는 틀은 기무라 타쿠야에게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이라는 스스로의 틀을 깨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전무후무한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그에게 주어된 최고의 위치는 조개의 상처 속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듯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최고를 향한 그의 무서울 정도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다.
기무라 타쿠야와 SMAP는 지금 현재도 아이돌이 기획사의 의도에 맞춰 움직이는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현하며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룹 활동 뿐 아니라 이름만으로도 깊숙한 파장을 선사하는 기무라 타쿠야는 ‘아이돌’이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직업임을 보여주듯, 마치 도자기를 빚는 장인처럼 아이돌로써의 반짝임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정석과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과거, 현재, 미래가 SMAP라는 이름 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아이돌’이란 단어는 기무라 타쿠야에서 정의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다
세계무대 진출에 있어서 장동건과 기무라 타쿠야는 ‘칸느영화제’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기무라 타쿠야는 1997년 <해피투게더>로 칸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왕가위 감독의 2004년 개봉작 <2046>에서 일본인 ‘탁’으로 출연, 이 영화로 칸느영화제에 입성하였다. 장동건은 1993년 <패왕별희>로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첸 카이거 감독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2006년 개봉한 한중일 합작영화 <무극>에서 노예 ‘쿤룬’으로 출연, 이 영화로 칸느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2006년 초, 장동건과 기무라 타쿠야의 공식적인 만남이 마침내 이루어진다.
<무극>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장동건이 영화 홍보를 위해 SMAP가 진행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쇼프로그램
일본문화를 처음 개방했던 1998년에는 교류 가능한 문화 선정에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2007년 현재, 지독하게 자본주의의 원리에 충실하여 문화교류가 스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지향의 무역처럼 지속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었던 많은 부분들이 애매모호해졌다. 하지만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부디 장동건과 기무라 타쿠야 같은 진짜 우량 꽃미남들이 계속해서 피어나길 바란다.
꽃미남 전문 칼럼니스트 조민기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종합 커뮤케이션 컨설팅 그룹 컴온애드(02-3444-1105)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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