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려서 떨리는게 아니라고요? 취업철 더 걱정되는 목소리떨림증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심리적 긴장 외 후두신경 이상 있어도 장애

취업 시즌만 되면 김성수(30·서울 성동구 행당동) 씨는 초긴장 상태가 된다.

3년 전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서류심사와 필기시험은 언제나 무사통과지만 항상 면접이 문제다. 심한 목소리 떨림증을 가진 그는 면접을 볼 때마다 고역이다. 아무리 대답 내용이 좋아도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다 보니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목소리가 떨리는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이 더 긴장하게 된다. 떨리는 목소리는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빼앗아 버린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심리적 긴장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후두신경에 이상이 있어도 목소리가 불안정해진다.

전문가들은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고 목소리 조절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 심리적인 문제인가, 후두신경의 이상인가

평소에는 말을 잘하다가도 유독 많은 사람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사람이 있다. 혼자 있을 때라도 긴장된 상황을 상상하면 목소리가 떨린다. 이럴 때 떨리는 목소리는 느리고 불규칙하다. 떨림증의 원인이 심리적인 것이므로 정신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목소리를 떨리게 만드는 신체적인 질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연축성발성장애’.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발성기관이 경직되면서 목소리가 떨리게 된다.

연축성발성장애는 심리적 목소리 떨림증과는 달리 특별한 단어나 발음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린다. 목소리가 끊기는 듯하고 빠르게 떨리는 것이 특징이다. 전화상으로 우는 듯한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20대 젊은 여성에게 잘 생겨서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떨리는 목소리처럼 ‘본태성진전(원인 모를 떨림증)’ 질환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손발도 자주 떨린다. 본태성진전은 잠을 잘 때는 사라지지만 긴장하거나 집중한 상태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 최상의 치료는 목소리를 아끼는 것

연축성발성장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소리 남용으로 인해 발성기관이 손상을 입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후두신경이 잘못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장시간 한쪽 귀로만 통화하면 양쪽 귀로 들리는 소리에 미묘한 시간 차가 발생하면서 후두신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리를 지르거나 목이 쉰 상태에서 목소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고 오랜 시간 통화를 하는 것을 피한다.

연축성발성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일부 성대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를 주입하기도 한다. 잘못된 뇌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4개월 정도 효과가 있다. 고주파 열을 이용해 성대근육의 일부분을 태우는 시술도 한다. 코엔자임을 복용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소리 내서 책을 읽는 연습을 하라

심리적인 목소리 떨림증은 긴장으로 인해 호흡이 불안정해지면서 생긴다. 목소리는 폐의 호흡이 성대를 진동시키면서 만들어진다. 과도하게 긴장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빨라지면서 목소리도 불안정하게 된다.

심리적인 원인 때문에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라면 흥분상태를 가라앉히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너무 인식하면 오히려 더 떨릴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감추려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평소에 책을 소리 내서 천천히 읽거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듯이 크게 읽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면접 등 긴장되는 상황을 미리 상상해 보거나 연습해 보면 도움이 된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좋다.

증상이 심하면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과적인 상담을 받고 항우울제 계통의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도움말=최홍식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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