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 어려운 선암, 간접흡연 여성을 노린다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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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위암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암이다. 최근 대한폐암학회가 발표한 ‘2007년 폐암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 폐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폐암 중에서 선암(腺癌)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암은 폐의 모서리 부분에 생기는 암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해 ‘선진국 암’으로 불린다. 반면 편평상피내암은 폐 중앙에 생기는 암으로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암은 편평상피내암에 비해 종양의 크기가 작아 초기 발견이 어렵고 전이가 빠른 특징이 있다. 성숙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007년 89개 병원의 폐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경우 흡연 경험이 없는 선암 환자가 1338명으로, 편평상피내암 환자 274명에 비해 5배나 많았다”고 말했다.》

# 비흡연자는 폐암에 덜 걸린다? No

간접흡연 인한 선암성 폐암이 더 치명적

전문가들은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옆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간접흡연’이 선암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암연구소장은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담배 연기가 있는 곳에서 4시간 정도 머문 후 소변검사를 해 보면 니코틴과 발암물질의 농도가 흡연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린 여성은 어렸을 때 좁은 방에서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피우는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거나 결혼 후 남편의 흡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를 위해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흡연이나 간접흡연이 아닌 경우에도 선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선암 환자들의 공통적인 증상으로 운동량 부족을 꼽는다. 걷기보다는 자동차로 자주 이동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선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폐암 예방을 생각한다면 몸을 자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 순한 담배는 덜 해롭다? No

맛 느끼려 깊이 흡입… 미세 발암물질 유입

저타르 필터형 담배에는 폐암을 발생시키는 해로운 물질이 덜 포함됐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마일드’ ‘라이트’ 같은 이름이 붙은 저타르 필터형 담배들은 오히려 선암 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

과거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는 흡입하는 유해 물질의 입자가 커 폐 중심부에 암이 많이 발생했다.

이런 독한 담배와는 달리 필터가 달린 순한 담배들은 맛을 느끼기 위해 깊숙이 들이마시게 된다. 그러면 필터를 거친 미세한 발암물질 입자들이 폐 주변에 달라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적은 니코틴을 보충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횟수도 늘어나게 된다.

# CT가 X선보다 검사에 효과적? Yes

X선, 폐 일부 투시 못해 조기 발견에 한계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대부분 흉부 X선 촬영을 한다. 물론 흉부 X선 촬영도 폐암 검진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조기 발견에는 한계가 있다. 흉부를 X선으로 촬영하면 폐 용적의 26%가 심장, 횡격막 등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가려진 부분에서 암이 발생했다면 한참 진행된 뒤에야 발견할 수 있다.

폐암은 60대에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70대, 50대 순이다. 전체 환자 중 60, 70대가 60%나 된다.

따라서 60대 이후에는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일반 건강검진만 받지 말고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추가로 하는 것이 폐암 조기 발견에 효과적이다. 저선량 CT는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 조사량을 5분의 1로 줄인 것이다.

또 45세 이상의 장기 흡연자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화학공장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폐암 노출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건강검진 때 저선량 CT를 하도록 한다.

# 대기업 총수들은 폐암에 잘 걸린다? Yes

회의-모임 잦아 담배 노출 될 가능성 높아

최종현 SK그룹 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등 유독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대기업 경영인이 많다. 전문가들은 폐암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은 경영인이 많은 것은 환경적으로 폐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여건에 자주 놓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폐암은 더러 가족력 성향을 보이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직접 담배를 피우거나 간접흡연을 통한 폐암 발생은 전체 발생 건수의 90%에 육박한다.

강진형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대기업 경영인들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각종 회의나 모임에 빈번하게 참석하면서 담배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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