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4년째인 서미경(경기 광명시·31) 씨는 지난해 출산한 뒤부터 심한 무릎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서 씨는 ‘관절 연골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스키 타다가 가끔 넘어진 적은 있었지만 크게 다친 일도 없는데다 아직 30대 초반인데 연골 손상이라는 진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 씨는 병원의 권유에 따라 자가골 연골 이식술을 받았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무릎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서 씨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무리한 가사노동, 혹은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관절 연골이 손상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힘찬병원에서 올해 자가골 연골 이식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해 본 결과 총 31명 중 18명이 여성이었다.》
연골이 손상되면 퇴행성관절염으로의 진행이 빨라진다.
무릎 뼈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연골 표면이 약해지거나 깨지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연골 연화증 역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연골 연화증 환자의 60∼80%가 30대 여성이다.
연골 연화증이 심해지면 결국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성이 연골 손상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 연골 갉아 먹는 가사 노동
가장 큰 원인은 생활습관이다. 주부들은 걸레질이나 빨래, 청소 등 쪼그려 앉아 하는 일이 많다.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린 경우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은 그냥 서 있을 때의 약 7배에 달한다.
이것이 차츰 차츰 쌓이면서 관절 연골이 노화되고 결국 쪼그려 앉거나 살짝 넘어지는 등과 같은 사소한 충격에도 연골이 손상된다.
신체적인 조건에 있어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리하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폐경 등으로 인해 체중 변화가 심하다. 체중이 1kg 증가하면 무릎 연골에 가해지는 하중은 3배 이상 늘게 된다.
과체중인 사람은 퇴행성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4배 이상 높다. 임신부들이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종종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해 무릎 연골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 연골의 퇴행성 변화가 일찍 찾아오게 된다.
여성들이 자주 신는 하이힐 역시 관절 연골에 부담을 준다.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발바닥에 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발가락과 무릎 앞쪽 연골에 집중되면서 무리를 주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연골 연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자가골 연골 이식술, 정상적인 관절로 되돌려
연골 손상은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까?
예전에는 치료방법이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관절내시경 시술의 발달로 ‘연골 이식술’이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만약 연골 손상 부위가 4cm² 이하이면 환자 본인의 연골 일부를 떼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골 연골 이식술이 가능하다.
손상 부위가 이보다 넓다면 연골 일부를 떼어 배양한 뒤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 배양 이식술(ACI)을 받게 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손상 범위에 따른 이식 방법이 조금 다를 뿐 원리는 건강한 연골 세포를 떼어 내 손상 부위에 이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연골 세포는 이식을 통해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떼어낸 부위와 이식받은 부위 모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연골 이식술은 자신의 관절을 살려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되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은 수술로 큰 수술을 막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 손상된 부위가 회복되면 정상적인 관절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스포츠 활동에 지장이 없어 젊은 환자들에게 유용하다. 힘찬병원의 경우 31명의 수술 환자 중 29명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자가골 연골 이식술과 자가연골 배양 이식술은 만 50세 이하 환자의 경우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힘찬병원 관절염연구소 정광암 소장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릎 뼈를 덮고 있는 뼈연골 손상이 많고 체중 부하를 분산해 주는 주변 근육도 약해 노화가 빨리 오는 편”이라며 “아무 이유없이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연골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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