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과학교육… 2000년 세계 1위→2006년 11위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수업시간 줄인 7차 교육과정 5년만에 실력하락 결과 참담

“쉬운 입시, 쉬운 내신, 쉬운 수학 등 심화과정 없는 ‘쉬운 공부’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2000년에 1등을 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과학기술부 산하 ‘수학·과학교육 경쟁력 위원회’ 위원장이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인 민경찬(수학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2006년 국제학력평가(PISA) 과학 부문에서 조사대상 57개국 중 11위로 추락한 것을 두고 “절대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조사에서 2000년 1위, 2003년 4위를 한 것은 선행학습이나 과외를 통해 만들어진 점수였을 뿐 안정된 과학교육 토대 위에서 이룩한 성과가 아니다”라며 “이번 평가가 예전에 비해 응용력을 묻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금세 밑천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7차 교육과정이 문제”=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과학 실력이 떨어진 주된 원인을 2002년부터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찾았다. 선택과목 중심의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중1과 고1 학생의 경우 과학수업이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과학 교과 내용도 30%가량 줄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복잡한 내용은 줄이는 대신 핵심 내용 중심으로 과학 교과를 개편해 꼭 필요한 부분만 가르치면 된다고 했지만 ‘쉬운 과학’ 정책은 실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학도 입시에서 과학 홀대=대학들이 입시에서 과학 과목의 반영 비율을 줄인 것도 장기적인 과학 실력 하락에 한몫했다.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이공계 전형에서조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영역을 반영하지 않거나 수리 ‘가’형을 필수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더라도 과학Ⅱ 과목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쉬운 과학Ⅰ 과목을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심화과목을 기피하고 있다. 아예 과학Ⅱ 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있는 인프라도 못 쓰는 사회 분위기=그나마 과학교육이 실험보다는 이론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있다.

중고교의 과학실험실은 낮잠을 자고, 일부 고교는 과학실을 없애고 시청각실이나 방과후 자습실 등으로 쓰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과학부장은 “초등학교에선 가끔 실험을 하지만 교사도 실험실습이나 심화학습은 영재교육에서나 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수학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8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과학 수학 분야 기초연구와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433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선진국들은 이들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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