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달고 사는 우리아이 알고 보니 비염

  • 입력 2007년 12월 10일 10시 52분


친구들 사이에서 7살 승현이의 별명은 ‘코찔질이’이다. 본인도 싫어하는 코찔질이가 별명인 이유는 떨래야 떨 수 없는 죽마고우처럼 코감기를 항상 달고 살기 때문이다. 환절기는 물론이고 조금만 컨디션이 나빠도 승현이의 코는 어김없이 신호를 보낸다. 승현이의 부모는 ‘어릴 땐 다 그런거다’,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그저 ‘승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 체질이라 저러다 말겠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코가 막혀 힘들어하는 승현이로 인해 온 식구가 밤잠을 설치기 일 수이고 승현이도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이 늘어갔다. 코 감기약은 먹어도 그때뿐이고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부모님들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한 달동안 병원을 찾은 횟수만도 5~6번, 그래도 승현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아 결국은 코 질환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의원을 찾게 되었다. 승현이가 받은 진단은 알레르기성 비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승현이는 가벼운 아토피 증상까지 보였고 전반적인 기초체력이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콧물 줄줄, 감기 때문 아니예요

흔히 콧물이 흐르거나 코 막힘 증상이 있으면 코감기일거라는 자가진단을 하기 쉽다. 발열 등 다른 증상이 없으면 지나가는 가벼운 감기 일거라는 생각에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콧물이 나면 다 감기일까?

환절기가 되면 혹은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콧물을 나고 코가 막히는 증상이 계속적으로 지속된다면 감기보다는 다른 원인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알레르기비염은 유전이 되므로 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비염증상이 있거나 ‘우리 아이는 늘 감기를 달고 산다!’라고 할 정도로 자주 코감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라면 반드시 비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기준한의원 봄‘의 김기준 원장은 “반복적으로 코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일반적인 감기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비염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열은 없는데 코막힘이 심하고 맑은 콧물과 누런 콧물이 계속 나오고, 가래와 함께 수면 중 기침을 하거나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아이들은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최근 대기오염이나 환경호르몬, 자연에서 멀어진 생활환경 등으로 인해 이런 비염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발표한 ‘2007년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비염으로 인해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00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7분의 1인 약 4000만명이 비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염은 코 안쪽 빈 공간인 비강의 표면에 만성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코 점막이 외부의 물질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난다. 이는 환경적 요인 외에도 가족력으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비후성비염, 혈관운동성비염, 축농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비염이 생기면 비점막이 부어 비강은 좁아지는 반면 콧물은 많아지고 코막힘과 눈이 충혈되고 눈, 코 가려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냄새를 잘 못 맡는다거나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지속되고 감기에도 자주 걸리게 된다. 때로는 코막힘으로 인해 구강호흡을 하게 되고 뇌에 충분한 산소를 전달하지 못해 만성적인 산소부족현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는 만성두통, 만성피로는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김기준한의원 봄‘의 김기준 원장은 “문제는 이런 비염 증상을 단순한 코감기로 생각해 제대로 된 진단은 물론 치료를 받지 않고 질환이 만성화가 될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그저 감기가 오래 간다는 생각만으로 감기약만 복용하다가는 증상이 심해져 만성비염이나 부비동염으로 이행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부부들이 올바르게 인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가족력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코막힘과 맑은 콧물, 재채기가 2~3주 이상 계속 된다면 비염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비염은 유전적인 소인이 강하므로 가족 중에 아토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비염은 만성질환,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비염은 콧물이 계속 흐르거나 코막힘 증세가 나타나는 등 비교적 간단한 증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기만 하다.

성인비염의 경우 코막힘, 코골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재채기와 눈의 충혈 등으로 만성피로와 두통, 업무능력 저하, 수면불량,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등이 생기게 된다. 소아비염의 경우 피해는 훨씬 더 크다. 소아들은 비염으로 인해 성장부진과 집중력 저하 및 학습능력 장애까지 유발 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눈밑 다크써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인상을 어두워 보이게 만들어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30∼40%가 천식이 동반된다고 한다. 결국 단순히 코감기로 알았던 증상이 비염은 물론 천식과 아토피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염은 무엇보다도 초기 진단과 함께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김기준한의원 봄‘의 김기준 원장은 “비염치료는 단순히 코만 치료한다고 극복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며, 검사와 진료 결과를 토대로 코 증상을 완화시키는 비염치료와 함께 부족한 체내 장부기능을 보강하고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에 대항할 수 있는 자가 면역력을 갖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비염이 의심된다면 비점막, 코내부 상태확인 및 축농증 확인과 함께 오장육부의 기능검사와 진맥을 통해 비염의 근본 원인을 밝혀 단계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비염의 한의학적 치료는 이런 원인 치료는 물론 체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함으로써 비염치료와 함께 저하된 건강및 면역력이 회복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체성분 검사, 취약장부 검사, 신체 기능적 문제점 등 전반적인 몸 상태를 고려해 폐 기능, 비위 기능, 신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치료들은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특히 알레르기성 질환의 경우 계속되는 증상만큼이나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일단 탕약요법 등을 이용해 증상치료를 해 준다. 성인의 경우 침치료와 함께 한약 네블라이저 요법으로 치료효과를 높이고, 소아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코 주위에 기혈순환을 좋게 하는 비염 무통침이나 아로마 요법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호전단계에 따라 호흡기를 보강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등 체질을 개선하는 순서로 치료하게 된다.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저항력을 높여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주는 한약을 처방해 주는 것이 좋다. 비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체내 건강을 같이 회복시켜주는 치료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비염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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