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으로 신기술 들춰보기]레이더보다 정밀한 라이다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에서는 최악의 방사능유출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물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바람을 타고 어느 방향으로 확산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주인공이 있었다. 빛을 이용하는 만능레이더 ‘라이다(lidar)’이다.

1960년대 초반 라이다는 공장지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먼지 같은 오염물질의 종류와 이동 모습을 감시하는 데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1992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라이다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해 현재 라이다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하거나 황사의 경로를 예측하는 기상관측장비를 기상청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기존의 레이더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라이다는 레이더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상레이더는 파장이 수 cm인 전파를 쏘아 빗방울이나 눈송이와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이때 구름 속 물방울의 크기가 작으면 그대로 통과한다. 고도가 10km보다 높아지면 공기가 희박해지며 전파와 부딪힐 입자가 줄어들어 말 그대로 ‘무반응’이다.

그러나 라이다는 파장이 2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서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로 짧은 레이저를 쏘므로 구름 속 수증기의 양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 또 고도 80km의 상층대기까지 감시하기 때문에 성층권의 오존층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관측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광학기술개발센터 백성훈 박사는 “레이더가 쏟아지는 폭설처럼 실제 기상현상에 강하다면 라이다는 폭설이 쏟아지기 전 발생하는 ‘전조현상’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공위성이나 항공기에 라이다를 탑재해 관찰하면 태풍의 발생을 미리 점치고, 빙하가 녹는 양을 정확히 관찰해 지구온난화를 연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방실 동아사이언스 기자 weez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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