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의학 드라마를 즐겨 보는 대학생입니다. 한 드라마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를 옮기는 중 의사가 위급상황이라며 환자의 가슴 부위를 볼펜대로 찌르더군요. 피가 꽤 많이 흘러나오던데, 병원에서는 이 조치 덕분에 환자가 살았다고 했어요. 왜 그런 거죠?
A 갈비뼈 안쪽에 피가 차는 것을 막아요
갈비뼈 안쪽에는 폐와 심장 등 중요한 기관들이 있어요. 이들을 통처럼 감싸고 있는 부위를 가슴통(흉강)이라고 하죠. 가슴통에 피나 공기가 차면 압력이 높아져서 폐가 찌그러집니다. 이런 현상을 혈흉이라고 해요. 혈흉은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가슴을 크게 다칠 때 생깁니다.
폐가 찌그러지면 호흡이 어려워지고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져요. 또 혈압이 떨어져 쇼크를 받거나 정신을 잃을 수 있죠. 이때 유일한 응급 조치법은 드라마에서 보셨듯이 갈비뼈 사이에 굵은 의료용 바늘이나 튜브를 꽂는 것입니다. 튜브를 꽂는 순간 고였던 피가 뿜어져 나오고 환자는 제대로 숨을 쉬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피를 많이 흘려도 괜찮을까요. 양이 중요하죠. 피는 몸무게의 8%를 차지합니다. 성인 남자 몸에는 약 5L의 혈액이 있죠. 이 중 10%는 여유분이어서 300∼400mL 정도 현혈을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피를 20% 이상 잃으면 생명이 위독하고 30%가 넘어가면 사망합니다. 혈흉 환자도 마찬가지죠.
피 안에는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이 있어서 바늘이나 튜브를 삽입해도 시간이 지나면 출혈이 멈추기 마련입니다. 드라마의 볼펜대는 바로 바늘이나 튜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칫 정상 장기를 다치게 할 수 있어요. 실수로 비장 같은 다른 장기를 찌르면 과다출혈이 생겨 위험하기 때문이죠.
문의하신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이러한 실수를 저질러 곤란에 빠집니다. 병원에서라면 초음파 기기를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바늘을 찌르기 때문에 안전하죠.
초음파 기기가 없는 응급 상황에서 의사들은 대개 ‘타진’을 사용합니다. 타진이란 한쪽 손을 환자의 가슴에 대고 다른 쪽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것을 말합니다. 손에서 느끼는 감각과 소리를 이용해 내부 장기의 상태를 그려볼 수 있죠. 일반적으로 유난히 탁한 소리가 나는 곳에 바늘이나 튜브를 삽입합니다.
(도움말=강석훈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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