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분야 병에 걸린 의사 3인의 체험적 건강 관리법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새해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건강’이라는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새해 결심 목록에 자주 오르는 금주, 금연, 운동도 알고 보면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 진료와 수술로 바쁘게 사는 의사들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질병의 초기 신호를 무시해버리기 쉽다.

임종윤(61) 한림대 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강성구(62)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희대(55) 영동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장은 각각 고혈압, 당뇨병, 암 전문의인 동시에 그 분야 환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면서 “환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기본 건강 수칙을 나부터 열심히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해를 맞아 해당 분야 질병을 가지고 있는 전문의들의 체험적 건강관리법을 알아봤다.》

짠 음식 피하고 매주 등산에 혈압 수시체크

‘고혈압’ 임종윤 한림대 교수

임종윤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심혈관 전문가다. 대한순환기학회, 대한내과학회 이사를 지냈으며 의대생 필수과목인 ‘내과학’ ‘순환기학’ 교과서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심혈관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지만 그 자신도 2년 전부터 고혈압과 싸우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고혈압 환자인 가족력 때문에 7남매 대부분이 고혈압이다”라면서 “고혈압에 걸리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했는데 고혈압 판정을 받고 나니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50대에 고혈압 환자가 됐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고혈압을 예방한 덕에 그나마 가족 중에서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2005년 150/90으로 고혈압 판정을 받은 그는 꾸준히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현재 13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종합검진을 과신하지 말고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맥경화 증상이 없다고 몸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심근경색 환자 중 40%는 종합검진에서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새해부터 실천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으로 ‘짜게 먹지 않는 것’을 들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식단에서 소금을 줄이는 것이 제1 원칙이다. 그는 “한국 음식은 반찬뿐만 아니라 국도 대체로 짜다”면서 “국물이 있는 음식은 국물보다 건더기를 주로 먹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등산도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는 매주 가까운 산으로 가족과 함께 등산을 간다.

임 교수는 “고혈압이 있건 없건 혈압을 자주 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혈압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병원에서 정밀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암〓죽음’ 옛말 아침-점심에 5가지 과일 섭취

‘대장암’ 이희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장

대한암학회 이사 등을 지낸 이희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장은 2003년 1월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암은 간과 왼쪽 골반으로 전이돼 대장암 4기로 진단받았다.

그 후 열 번의 재발과 다섯 번의 수술, 두 번의 항암치료, 다섯 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꾸준한 치료로 병세가 많이 호전돼 현재 정상적인 진료와 수술 업무를 보고 있다.

이 소장은 “환자에게 기본적인 건강수칙을 지킬 것을 권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불규칙하게 생활하고 육식 위주의 식사를 했으며 운동도 부족했다”면서 “암을 유발하는 상태로 스스로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암 선고를 받고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암이 죽음을 의미하던 것은 옛말”이라며 “당뇨병, 고혈압을 평생을 두고 관리하듯이 암도 그렇게 관리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암과 투병하면서 암으로 죽는 것보다는 암으로 죽는다는 공포감과 두려움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몸에서 생성되는 암세포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낫는다는 믿음과 기대라는 치료 성분은 모르핀처럼 통증을 완화시키고 면역력도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마음, 신선한 채소, 다양한 과일, 현미를 비롯한 잡곡밥 식사, 적절한 운동 등 5개 요소를 지키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에 5가지 이상 과일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과일은 당분 등 칼로리가 높으므로 아침과 점심에 골고루 나눠 먹고 저녁에는 줄이는 것이 좋다.

이 소장은 “음주와 흡연은 암을 부르는 지름길”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부터 꼭 술과 담배를 끊으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조금씩 먹고 하루 1시간은 빨리 걷기

‘당뇨병’ 강성구 가톨릭의대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한일당뇨병학회 회장, 세계당뇨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등을 맡았던 강성구 교수는 2000년 공복 시 혈당 270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바쁜 일정 때문에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출장을 자주 다녀 잠도 턱없이 부족했다. 주말에는 사람을 만나기 바빴고 술도 많이 마셨다.

강 교수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깨달은 바가 많다”면서 “술과 담배를 끊고 하루에 7번씩 혈당을 체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2번 정도 혈당을 재도 될 만큼 몸 이상 유무를 스스로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당뇨병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빠르게 걷는 운동이 좋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지론이다. 그도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1시간씩 꼭 걷는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내부에서 몰려오는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에 3번 정도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하면 긍정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에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50세 이상의 성인 환자의 경우 일일 섭취 열량을 1800∼2100Cal로 제한해야 한다. 밥이나 자장면 한 그릇이 700∼750Cal이므로 세 끼 식사 때마다 이보다 약간 적게 먹도록 한다.

강 교수는 “식사를 한꺼번에 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노화를 막고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면서 “아침을 챙겨 먹어야만 점심 때 폭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잠은 최소 7시간 이상 자야 몸속 유해산소를 줄일 수 있다.

그는 “올해부터 당뇨병 진단 기준이 110에서 100으로 내려가면서 당뇨 환자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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