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의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인 ‘V3’가 올해로 개발 20주년을 맞았다.
국산 소프트웨어가 20년 동안 이름을 지켜내면서 ‘성년(成年)’을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환경 속에서 V3 개발 20주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한다고 하죠. 정보기술(IT) 업계 시간 개념으로 따지면 강산이 열 번 이상 바뀌었을 시간입니다.”(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안 의장은 “V3가 20년간 사용될 수 있었던 건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8년 ‘백신 프로그램’으로 탄생
V3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태어났다.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안 의장은 당시 유행하던 ‘브레인’이란 이름의 바이러스가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평소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기계어(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치료법을 찾아냈다.
얼마 뒤 같은 바이러스로 고생하고 있는 후배의 권유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현재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백신(Vaccine)’프로그램이다.
안 의장은 백신을 씨앗 삼아 ‘V3’를 개발했다. 이후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퇴치 기능을 추가했지만 매년 2배씩 늘어나는 바이러스를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1995년 안 의장은 의사 생활을 접고 안철수연구소를 세웠다. 바이러스 치료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V3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입했다.
1999년 바이러스 대란… 시장 커져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대부분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가 쓰러졌지만 안철수연구소는 빚을 지지 않고 원활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보수적인 경영방식에 힘입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이후 대부분의 업체가 개발 예산을 축소할 때 안 의장은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V3 연구개발에 쏟았다.
1999년 기회가 왔다. 그해 4월 발생한 전국적인 바이러스 대란(大亂)은 국내 백신 시장을 4배로 키웠고 V3는 글로벌 보안업체들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입증하며 국내 보안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V3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보안 환경의 변화, 인터넷의 등장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안철수연구소의 국내 보안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60%를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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