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배출한 첫 우주인이 우주로 향할 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4월 8일 오후 8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한다. 새해 벽두인 2일부터 10일까지 대전 유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는 지난해 9월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산 씨와 예비 우주인 이소연 씨가 참가한 가운데 ISS에서 진행될 18가지 과학 실험을 최종 점검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초파리 1000마리도 우주로
“초파리가 발사 때 진동에 괜찮을까요?”(고산 씨)
“우주로 올라가면 초파리가 먹이와 범벅이 되지 않도록 비알(시험용기)을 세워 주세요. 온도는 18∼28도를 꼭 유지해 주시고요.”(조경상 건국대 교수)
7일 항우연 우주인개발단 실내 훈련장. 투명 플라스틱 상자를 지켜보는 국방색 전투기 조종사복을 입은 고 씨 표정이 심각하다. 가로 2cm, 세로 10cm, 높이 5cm의 상자 안에는 깨알만 한 초파리 떼가 우글거렸다.
이날 훈련은 우주에서 초파리의 중력 감지 유전자를 확인하는 실험.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을 감지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주된 목적이다. 한국 우주인은 ISS로 올라갈 때 초파리 1000마리를 가지고 간다. 한국 우주인은 ISS에 머무는 동안 매일 5분씩 초파리의 움직임을 기록해야 한다. 지상까지 이들의 안전 귀가를 보장하는 것도 우주인의 의무다.
한국 우주인은 무중력 상태에서 얼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6장의 ‘셀카’를 찍어야 한다. 이 실험을 제안한 조용진 한남대 교수는 “우주에서 사람의 얼굴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광물을 성장시키고, 한반도 상공을 관측하는 임무도 주어진다. 훈련은 10시간 가까이 휴식 시간 없이 강행군으로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는 러시아에서 파견된 4명의 교관과 우주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이 전문가들은 한국 우주인이 진행할 모든 실험 내용을 러시아 우주인에게 가르치게 된다. 러시아 우주인 2명은 한국 우주인을 도와 함께 과학 실험을 수행한다.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의 교관인 사브로프 페트르 씨는 “한국 우주인이 수행할 과학 실험 중에는 지금까지 우주에서는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는 게 많다”고 했다.
ISS에서 진행되는 과학 실험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먼저 발사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주인이 ISS로 가져갈 수화물은 45kg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각각의 실험 장비 무게가 3kg을 넘지 않는다. 전자 장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기파의 방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우주인의 안전을 고려해 깨지기 쉬운 유리 재질의 실험도구도 금지 품목에 들어 있다.
우주인 교육에 참가한 한 과학자는 “러시아 측이 제시한 실험 장비의 성능과 견고함은 첨단 무기 수준에 가까워 방위산업체의 컨설팅을 받기까지 했다”고 했다.
○실제 임무에 쓸 시간은 4, 5일
과학 실험은 한국우주인이 ISS에 머무는 내내 진행된다. 한국 우주인은 10일간 우주에 머물지만,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고작 4, 5일에 불과하다. 18가지 실험을 끝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실험에 따라 짧게는 하루에 5분, 길게는 36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인개발단 관계자는 “깨어 있는 동안 분초 단위로 나눠 써야 할 정도로 하루 일과가 빡빡하다”고 했다.
우주과학 실험의 목적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한국 우주인의 주요 임무 중 하나. 이를 위해 고 씨와 이 씨는 이틀간 캠코더 조작법은 물론이고 발음과 발성 훈련을 받았다. 8일에는 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햄) 자격증도 취득했다. ISS에 머무는 동안 국내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들과 무전기로 교신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우주과학 실험 훈련이 끝나는 1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ISS 적응 훈련을 받기 위해 다시 출국한다.
대전=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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