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엔 연구비가 없어 연구실도 꾸리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고생 끝에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43억 원이나 받게 됐습니다.”
‘균일한 나노 입자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해 최근 한화석유화학과 거액의 기술 이전 계약을 한 현택환(사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현 교수는 기술 개발료 외에 앞으로 회사 측이 상품을 개발해 얻는 수익도 일부 받게 된다. 한화는 이번에 이전한 기술을 토대로 신규 나노 소재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입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형광체, 테라비트(Tb·1Tb는 1조 비트)급 하드디스크,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입자의 크기를 균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
“2001년 ‘미국 화학회지’에 이번 성과의 기틀이 된 논문을 처음 발표했어요. 이듬해 과학기술부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에 선정돼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죠.”
연구지원을 받은 지 2년 만인 2004년 12월 현 교수는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균일한 나노 입자 대량생산기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IBM이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비슷한 기술보다 1000배 낮은 가격으로 1000배 많은 양의 나노 입자를 만들어낸다. 현 교수의 논문은 2005년 재료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기술은 논문의 공동 저자인 박종남 박사의 ‘실수’로 탄생했다. 나노 입자가 서로 엉겨 붙어 균일하게 생산하기 어려웠는데 박 박사가 실험 과정에서 시료 하나를 빠뜨리자 원하는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 교수는 앞으로 대학도 연구개발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강조했다.
“국내 기업은 해외 기업이나 대학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기술을 빌려 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도 해외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갖고 있어요.”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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