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1호 위성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2000억 원짜리 위성이 그냥 우주 미아가 되는 건가.”
지난해 말부터 교신이 두절된 아리랑 1호의 임무가 이달 말로 종료된다고 11일 발표된 뒤 학계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질문이다. 과학기술부는 23일 민간 전문가 5명을 중심으로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우주에서 발생한 사고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 위성은 왜 비싸나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된 지 8년이 넘은 아리랑 1호가 ‘천수’를 누렸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도라면 아리랑1호의 제작비 2242억 원이 우주에서 날아간 것은 크게 안타까워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배경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리랑 1호에 실수로 신호를 잘못 보낸 탓에 임무 종료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수가 없었다면 ‘재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아리랑 1호의 임무 종료를 간단히 넘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용 때문이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2호는 1호보다 400억 원가량 많은 2633억 원이 소요됐다. 만일 아리랑 2호의 작동이 실수로 멈췄다면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사’가 시작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개발 중인 아리랑 3호와 3A호, 5호도 2480억∼2870억 원이 투자된다. 위성 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매번 2000억∼3000억 원이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비용은 과연 적정한 수준일까. 일부에선 한국의 경우 수명이 3년에 불과한 위성을 만드는 데 비용이 높게 책정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리랑 2호와 동급인 미국의 해상도 1m급 이코노스 위성의 경우 제작비는 2000억 원 정도이지만 사용 기간은 7년으로 두 배 이상 길다. 이스라엘의 경우 아리랑 2호와 비슷한 해상도 1m급 관측위성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산화 강박감에 높은 인건비까지
한국 위성 개발비는 왜 상대적으로 높은 걸까. 무엇보다 품질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개발 투자가 작용한 결과다. 고품질의 위성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매번 해상도를 더 높인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먼저 국산화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위성 가격 상승의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렴한 외국 제품을 들여오기보다 하나에서 열까지 위성의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원천기술을 국산화해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거나 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한 민간 전문가는 “그간 위성개발 사업을 통해 국산화했다는 부품이 해외에 팔린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해외 시장에서 팔릴 만한 경쟁력 있는 일부 부품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개발비 내에서 인건비 비중도 높은 편이다. 과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항우연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6800만 원 정도. 그러나 위성 개발에는 1인당 평균 1억 원가량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 개발에 보통 100∼150명이 참여하고 개발 기간도 5∼7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인건비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 부가가치 서비스 개발 관건
한편에서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위성과 로켓 시장보다는 블루오션인 응용서비스 시장과 부품 산업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106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위성산업과 로켓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에 불과하다. 80%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 방송 서비스, 위성영상 산업과 부품 산업이 차지한다. 미국의 위성 방송인 다이렉트TV나 구글어스 같은 서비스는 좋은 사례다.
한 민간 우주전문가는 “위성 1대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3000여억 원은 우리 형편상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며 “시장이 넓지 않은 위성과 발사체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활용 서비스 부문을 노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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