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족 국가’ …작년 헌혈 100명 중 4명꼴, 10년 만에 최저

  • 입력 2008년 2월 1일 03시 08분


《헌혈 인구 감소 등으로 수혈용 혈액 재고가 크게 부족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해 국내 헌혈률이 최근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혈액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돼

혈액 부족으로 인한 수술 지연 등의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년 혈액 공급 부족

31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헌혈자 수를 보여 주는 헌혈률은 지난해 4.19%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십자사가 헌혈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헌혈률은 계속 증가하다가 1998년 5.46%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돌아서 2001년 5.33%, 2003년 5.29%, 2005년 4.71%를 보였다. 헌혈자 수는 1998년 252만9302명에서 지난해 202만8684명으로 19.8% 줄어들었다.

서울대 의대, 아주대 의대,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수급 중장기 전망’ 연구를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혈액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1회 헌혈할 때 한 사람이 1팩(400mL)의 피를 뽑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예상 헌혈자는 164만 명인 데 비해 필요한 혈액량은 176만 명분이어서 12만 명분이 부족하게 된다.

○ 청년층 감소로 혈액 부족

헌혈자가 줄어드는 것은 전반적인 헌혈 기피 현상도 있지만 2004년 혈액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헌혈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헌혈실명제를 도입하고 헌혈금지 약물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간염 감염이 의심되는 혈액과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혈액이 유통되는 등 각종 수혈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헌혈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건선치료제 복용자 등 종전에는 헌혈이 가능했던 사람들이 헌혈을 못하게 되면서 헌혈 부적격자 비율은 1998년 12.1%에서 지난해 22.5%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또 주요 헌혈 대상인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 데 반해 혈액 수요가 많은 노년층 인구는 늘어나는 것도 헌혈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가적 혈액관리체계 필요

전문가들은 혈액 부족 사태를 막으려면 헌혈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혈액 사용량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통계관리 체제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 수급의 중장기 전망치조차 갖고 있지 않은 만큼 혈액 부족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추적 감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임채승 고려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혈액의 안전성을 높이면 헌혈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혈액 공급을 위해 헌혈금지약물 수를 줄이는 등 부적격 기준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헌혈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대출금리 인하, 예금 우대, 연말정산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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