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취업-결혼 얘기 꺼내지 마세요”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설날 ‘음식이상반응’ 주의하세요

음식혐오증 생겨 고생할수도

《설 연휴 때는 친척 집에 가거나 외식을 하면서 평소보다 다양하고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종원(30·서울 용산구 청파동) 씨는 낙지광이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낙지 요리를 즐겼지만 지난해 낙지볶음을 먹고 탈이 난 후 낙지는 입에도 못 대는 신세가 됐다. 》

○ ‘음식물 이상 반응’ 세 가지로 나뉘어

어느 날부터 특정 음식을 먹으면 온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거나 설사, 두통, 고열을 겪는다. 없던 알레르기가 생긴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음식을 먹고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성인 중 20%만 음식 알레르기에 속한다. 나머지 80%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음식물 이상 반응’이라고 한다.

음식물 이상 반응은 음식물 알레르기(food allergy), 음식물 불내성(food intolerance), 음식물 혐오증(food aversion)으로 나뉜다. 특정 음식을 먹고 고생했다면 어떤 이상 반응인지 알아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면역 기능의 이상으로 특정 음식에 대한 항체가 생겨 내 몸을 공격하는 것이다. 주로 어릴 때 해당 음식에 처음으로 노출되는 순간부터 생긴다.

음식물 불내성은 음식물 속 대표적인 화학물질인 니켈, 히스타민과 음식물을 분해하는 효소에 의해 일시적으로 일어난다. 특정인에게 생기는 알레르기와는 달리 불내성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난다. 알레르기는 적은 양으로 증세가 나타나지만 불내성은 먹는 양이 많아야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차이점이다.

음식 혐오증은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다. 특정 음식에 대한 기억 중 위험했던 순간을 과대평가해서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을 먹다가 식중독에 걸렸던지, 실연을 당하고 괴로운 마음에 음식을 먹었던 기억 등과 연관이 있다.

○ 식사 중 민감한 질문은 혐오증 유발

설에는 떡국, 부침개, 한과 등이 자주 상에 오른다. 이런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달걀, 밀가루, 우유, 땅콩, 생선에는 유독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

알레르기 증세가 있는 사람이 이런 음식을 먹으면 눈 주위가 간지럽고 얼굴과 몸에 두드러기가 나며 구토와 설사를 한다. 심할 경우 눈, 입술 부위가 붓기도 하고 천식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다. 불내성은 음식 속에 니켈, 히스타민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을 때 생기기 쉽다. 녹차, 홍차, 커피, 초콜릿, 감자 칩 등에는 니켈이 많이 포함돼 있다.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커피, 녹차, 과자 등 후식을 먹을 때 니켈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니켈은 습진을 유발한다.

소시지 등 가공육류, 고등어, 삼치 등 등 푸른 생선, 돼지고기에는 히스타민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히스타민은 투통, 홍조, 재채기, 오심, 구토, 설사, 두드러기,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히스타민이 다량 함유된 음식과 술을 함께 마시면 증세가 더 심해지니 주의하자.

친척 중 취업준비생, 노총각, 노처녀가 있다면 식사 중에 “언제 취직할 거냐” “언제 결혼할 거냐” 등 민감한 질문은 삼가도록 한다. 음식 혐오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불안감을 느껴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게 되고 나중에 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탈,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 음식 불내성이 있다면 식이요법

어떤 종류의 이상 반응인지 알아보려면 의심되는 음식물을 먹어 보는 검사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100% 증세가 나오지만 불내성과 혐오증은 100%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알레르기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인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원인 음식물이 포함된 모든 형태의 음식물과 음식 가공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불내성은 니켈, 히스타민 함량을 측정해 이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이용한다. 히스타민의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1시간 전에 복용하고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음식물 혐오증은 정신적 문제이기 때문에 진단 결과가 나오면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음식 때문에 중요한 회식을 피한다든지 사회생활의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음식과 관련된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는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한다. 처음 관련 음식을 먹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던 기억을 상기시키거나 편안한 장소에서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먹어보는 방법도 좋다.

(도움말=박천욱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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