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고산-이소연씨 러시아서 ‘생존훈련’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4분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고산 씨(가운데)가 모스크바 인근의 한 야산에서 다친 동료의 발을 치료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고산 씨(가운데)가 모스크바 인근의 한 야산에서 다친 동료의 발을 치료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본보기자 단독 동행취재

“영하 15도, 물은 6L뿐 부상동료 들것에 싣고 구조헬기로 이동하라”

불시착 대비 마지막 훈련…러 관계자 “팀워크 돋보여”

“네 흐바타예트 브레메니.”(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브이스트레!”(더 빨리 달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자작나무 숲. 파란색 방한복 차림의 남자 2명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산속을 헤치며 숨이 턱에 차도록 내달렸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 때문에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극한 상황. 그런데도 두 사람은 다리에 부목(副木)을 댄 사람이 누워 있는 커다란 천까지 끌고 갔다. 훈련에 열중하는 사람은 지난해 9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에 선발된 고산(32) 씨와 러시아 우주인 한 명이었다.

한국인 우주인 고산 씨와 예비우주인 이소연(30) 씨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모스크바 인근 셸콥스키 지역에서 혹한기 지상 생존훈련을 받았다.

지구로 귀환하던 소유스호가 추운 산악지대에 불시착하는 경우를 대비해 진행된 이번 훈련은 우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고 씨와 이 씨는 2박 3일간 러시아 우주인들과 각각 팀을 이뤄 눈으로 가득한 고립무원의 숲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死鬪)를 벌였다. 나무를 베어 거처를 마련하고 비스킷으로 허기를 달래며 영하 15도에 이르는 혹한과 맞섰다. 이들에게는 고작 물 6L와 이틀 치 식량, 무전기, 신호탄만 주어졌다.


한국 최초 우주인 러시아 훈련현장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이번 훈련은 부상한 동료를 간이 들것에 싣고 정해진 시간 안에 구조 헬리콥터가 있는 곳까지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쉴 새 없이 눈밭을 헤치며 달리느라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된 고 씨는 “한국 첫 우주인이 탄생할 날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훈련 책임자인 가가린우주센터 알렉산드르 게르만 중령은 “두 한국인이 러시아 우주인들과 이룬 팀워크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탑승 우주인인 고 씨는 4월 8일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올라가 18가지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같은 달 19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셸콥스키=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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