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과거에 보지 못했던 ‘선진국형’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인 환자의 진료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세분된 진료과목과 첨단 의료기술을 갖춘 전문 클리닉이 늘고 있다. ‘헬스&뷰티’에서는 최근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문 클리닉을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 그것도 암, 심혈관계 질환 등 중증질환을 주로 다루는 대형 대학병원에 간다. 그렇다고 과잉 진료는 아니다.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생활습관 의학’은 병을 고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에 더 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성모병원 라이프스타일센터는 국내 생활습관 의학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다. 2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한가해 보이는’ 클리닉 이름 때문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 심신-영양-운동 3단계 맞춤형 처방
라이프스타일센터는 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질병이 없지만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비만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은 ‘반 건강인’들이다. 병원 검사에서 병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자주 피로를 느끼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이 센터는 ‘선진국형 맞춤 처방’을 표방하고 있다. 현대의학만 고집하지 않고 명상 한방식이요법 등 보완대체의학도 접목시켰다.
환자는 우선 강남성모병원 종합검진센터 내 통합의학클리닉에서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이어 혈액, 소변, 스트레스, 심리, 체력, 영양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처방을 받는다. 처방은 크게 명상, 영양, 운동 등 세 분야에서 이뤄진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 분야만 처방할 수도 있고 모두 처방할 수도 있다.
명상 프로그램은 의사 외에 심리학 전문가들도 관여한다. 심리 상태를 이완시키기 위해 첨단 뇌파 훈련 시스템인 ‘뉴로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시스템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만성 피로, 두통, 공포, 우울감 등 정신적인 긴장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 프로그램은 환자가 직접 자신에게 맞는 영양식을 만들어 먹는 현장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운동 프로그램은 환자의 체력과 몸 상태에 맞춰 의사와 헬스 트레이너가 운동 종목과 강도를 정해 주고 관리한다.
○ 약물 이외의 치료법 적극 개발
이 센터는 약 이외에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맞춤형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50대 후반의 A 씨는 최근 간암으로 진단받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절망감에 휩싸였다. 병원에서는 항암제를 투여하고 주기적으로 검사했지만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우울증에 빠졌다.
그러던 중 A 씨는 이 센터를 소개받았다. 주로 명상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요즘 A 씨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암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류머티즘 환자 B 씨는 병원에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통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B 씨도 이 센터를 찾아 영양과 운동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그 결과 관절통이 줄어들고 관절의 운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점차 호전되는 기미를 느꼈다. 몸이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B 씨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찾았다.
○ 이용료는 다소 비싸
라이프스타일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매주 1회씩 3개월 이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명상 80만 원, 영양 90만 원, 운동 70만 원이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훈련 방법만 배우는 데도 40만∼50만 원이 든다.
검진은 강남성모병원 통합의학클리닉에서, 프로그램은 병원에서 3km 정도 떨어진 라이프스타일센터에서 진행된다. 환자는 병원과 프로그램 시설을 오가야 한다.
이에 대해 김경수(가정의학과 교수) 라이프스타일센터 부소장은 “내년 5월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확대 개원할 때 병원 내에 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02-590-4984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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