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온도, 섬유업계-습도 맞춤 정보 제공
‘내일 다소 많은 눈. 15∼25cm 예상. 안전운전하세요. 날씨 문의 ○○○-○○○○.’
자동차보험업체 M사는 눈이 3cm 이상, 비가 30mm 이상 내리거나 안개가 짙게 꼈을 때 고객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2006년 시작한 서비스.
교통사고는 도로가 미끄럽거나 운전자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을 때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날씨정보를 고객에게 알려줬다. 고객이 이런 내용을 알면 안전운전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사고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눈이 많이 내린 그해 2월 날씨 문자메시지를 받은 고객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고객보다 교통사고율이 10.7% 낮았다. 5∼11월 실험에서도 문자메시지를 받은 고객의 사고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의 사고율보다 11.4% 낮았다.
7개월간 줄어든 교통사고는 254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덜 지급해 이익이고 고객은 교통사고를 피해 서로에게 도움이 된 셈이다.
이처럼 필요한 날씨정보를 미리 정해놓고 돈을 주고 사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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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현재 국내 날씨정보 시장의 규모는 290억 원가량.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주목을 받으면서 정확한 예보와 맞춤형 예보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양일규 기상청 기상경영전략팀장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연간 1조 원과 5000억 원의 날씨정보 시장이 형성됐다”며 “외국에 비하면 아직 영세한 수준이지만 국내에서도 날씨경영에 눈뜨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날씨 변화가 두려운 산업계
기업이 맞춤형 날씨정보를 찾는 이유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등 날씨가 예보와 어긋나면 일상생활에서는 불편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손실로 이어진다. 작업 중단에 따라 생산량이 줄고 심할 경우 시설이 파손된다.
날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 규모는 상당하다. 미국의 경우 농업 건설 레저 등 관련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한국에 적용하면 80조∼90조 원으로 추정된다.
돈을 주고 날씨정보를 구입해도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남는 장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날씨정보에 투자하면 보통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상적인 날씨 변화는 관련 산업의 매출과 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볕더위 때에는 에어컨을 비롯해 청량음료 빙과 맥주의 매출이 상승한다. 추워야 할 겨울이 따뜻하면 난방기기 회사와 의류업체가 침체에 빠진다. 황사가 발생하는 봄에는 마스크와 선글라스가 잘 팔린다. 날씨정보업체 케이웨더의 김우균 이사는 “의류업체는 온도, 방직공장은 습도에 민감하고 건설업체는 바람의 세기에 관한 정보를 요구한다”며 “개별 사업장에 꼭 필요한 정확한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게 맞춤형 날씨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날씨로 돈 버는 기업들
날씨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면서 한국에서도 날씨경영을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솔 오크밸리는 날씨에 연간 700만 원을 투자해서 100억 원을 번다. 1430배에 가까운 효과를 거둔 셈이다. 골프장을 찾으려는 고객에게 날씨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예약을 막판에 취소하거나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를 대폭 줄였다. 또 야외에서 진행하는 공연 결혼식 이벤트의 경우 비 소식을 미리 알면 실내로 옮겨 중단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
STX조선은 해마다 400만 원을 주고 날씨정보를 구입한다.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은 풍속 기온 습도에 민감하다.
날씨정보 덕분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원가를 47억 원 정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장 또는 탑재 작업을 하다가 비가 내리면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근로자를 퇴근시켜야 하는데 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어서다.
전남 완도군수협과 장흥농협도 맞춤형 날씨서비스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완도군수협은 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예비특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또 해조류를 말릴 때 지역의 날씨정보를 미리 살펴 품질 저하를 막도록 한다.
전국 건표고버섯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장흥농협은 기상조건에 따라 버섯의 등급이 달라지고 가격차가 나는 점에 주목해 표고버섯용으로 특화된 날씨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