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과학 저널인 ‘네이처’는 한 페이지를 통신란에 할애하고 있다. 주로 저널에 실린 논문과 관련된 연구자들의 편지가 실리는데 아무래도 논문 내용을 반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특이한 편지 두통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해 10월4일자 ‘네이처' 토막뉴스란에 실린 서로 다른 돌연변이체를 교배해 탄생시킨 투명 개구리 소식. 뱃속에 찬 알까지 훤히 들여다보여 눈요깃거리로 실은 듯하다. 기자도 흥미를 느껴 투명 개구리를 만든 일본 히로시마대 마사유키 수미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좀 더 자세한 내용과 사진을 받아 기사를 썼다.(http://www.dongascience.com/News/contents.asp?mode=view&article_no=20071030085908)
그런데 ‘네이처’ 10월25일자 통신란에 이 뉴스에 대한 반박 글이 실렸다. 스웨덴 웁살라대 생물학자들이 보낸 편지로 자연계에는 유리 개구리로 통칭되는 개구리가 150여종 있는데 그 가운데는 피부 뿐 아니라 내부 장기를 덮는 복막까지 투명한 종류도 있다는 것(사진). 한마디로 한 수 아래인 인위적으로 만든 투명 개구리를 굳이 ‘네이처’에서 뉴스로 소개할 필요가 있었냐는 얘기다.
해를 넘겨 1월8일자 통신란에는 투명 개구리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실렸다. 독일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보낸 편지로 인위적으로 만든 반투명 개구리에 대한 논문이 이미 1917년에 발표됐다는 것. 소의 송과선 추출물을 올챙이에게 먹이자 피부가 옅어지면서 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송과선은 척추동물의 간뇌에 있는 내분비선이다.
40여년 뒤 미국 예일대 의대 피부병학자 아아론 레르너 교수는 송과선 추출물에 들어있는 인돌화합물이 개구리 멜라닌 세포 속의 멜라닌 과립을 뭉치게 해 피부를 옅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멜라닌은 피부나 머리카락의 색을 띠게 하는 색소다. 1958년 ‘미국화학회저널’(JACS)에 보낸 짤막한 편지 형식의 논문에서 그는 이 물질을 ‘멜라토닌’(melatonin)이라고 명명했다는 것.
사람에서도 멜라토닌은 주로 송과선에서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어둠의 호르몬’이라는 별명처럼 빛을 있을 때는 생성이 억제되고 어두울 때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호르몬이다. 밤이 긴 겨울에 잠을 많이 자는 경향이 있는 것도 멜라토닌 때문이다. 멜라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기자는 내친김에 멜라토닌과 관련된 최근 연구결과를 살펴봤다. 지난해 11월 16일자 ‘사이언스’에 멜라토닌이 기억형성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는데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했지만 사람에게도 맞는 이야기로 들린다. 졸리게 하는 호르몬이니 이때 한 행동이 제대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투명 개구리 뉴스 덕분에 과학자들이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멜라토닌 발견 에피소드. 그런데 멜라토닌이 기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니 왠지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 강석기 기자는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석사)을 마치고 엘지생활건강연구소에서 향료에 빠져있었습니다. 우연히 과학기자의 세계에 발을 담군지도 10년이 됐지만 중간의 방황으로 실제 기자생활은 3년을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이제 막 초보를 벗어났지만 이미 불혹의 나이. 남과 비교하며 초초해하기보다는 과학을 완상(玩賞)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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