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환의 우왕좌왕 우주 야그]화성에 웬 인어공주 동상이?

  • 동아닷컴
  • 입력 2008년 2월 13일 16시 23분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세계’란 뜻의 코스모스(cosmos)는 우주를 말합니다. 코스모스는 카오스랑 반대죠. 근데 요즘 우주를 다룬 기사를 보면 코스모스가 아니라 카오스처럼 무질서해 보입니다.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야심(?)을 갖고 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부디 우왕좌왕 하더라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

“옛날 화성에 살다가 (지구) 덴마크에 이주한 고대문명인이 건설한 동상이다!”
지난 1월 말에는 월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화성 표면 사진에서 인간을 닮은 형상이 발견됐다며 국내외 언론과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일부에서는 빛의 트릭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외계인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열을 올렸다.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의 착륙지점을 찍은 사진의 한쪽에 있는 바위를 확대해 보면 마치 바위에 걸터앉은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자기 나름의 이론을 제시하는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땅속 보물을 지키는 요정이라느니, 성모 마리아라느니, 두 발 달린 털북숭이 괴물 ‘빅풋’이라느니 의견이 분분했지만, 덴마크 코펜하겐 바닷가에 있는 인어공주상을 쏙 빼닮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화성 인어공주상. 최근 NASA가 공개한 화성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왼쪽 중간 부분에 인어공주상을 닮은 형상(원)을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 NASA
화성 인어공주상. 최근 NASA가 공개한 화성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왼쪽 중간 부분에 인어공주상을 닮은 형상(원)을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 NASA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이 붉은 모래가 덮인 황량한 모습을 담은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왔을 때 외계생명체를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은 몹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성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화성 탐사로봇이 카메라를 돌리며 주변 사진을 찍을 때마다 화성인이 숨는다는 내용의 만평이 나올 정도였다.

원래 NASA는 스피릿의 화성 착륙 4주년을 맞아 이번 사진을 공개했는데, 몇몇 누리꾼이 그 사진 한 귀퉁이에서 수수께끼 같은 형상을 찾아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영국 BBC 온라인판에서 이를 보도한 기사가 논쟁의 불씨를 지폈고, 국내에서는 연합뉴스와 뉴시스에서 이 기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NASA는 ‘본의 아니게’ 화성인 논란을 일으킨 셈이 됐다.
하지만 미국의 우주비행사 필 플라이트가 잘못된 우주신화를 바로잡기 위해 만든 인터넷사이트 ‘배드아스트로노미닷컴’(badastronomy.com)은 “단지 자그마한 바위가 수cm 더 높이 솟아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화성에서는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인면상(人面像)이 발견돼 한동안 논란이 된 적이 있다. 1976년 NASA의 바이킹 1호가 찍은 사진에서 두 눈, 코, 입이 또렷한 인면상이 거대 피라미드나 도시를 닮은 지형과 함께 드러났는데, 호사가들은 화성인이 인면상을 건설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그뒤 NASA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1998년과 2001년 찍은 화성 사진에서는 인면상이 단순한 언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이킹 1호의 낮은 해상도 때문에 사람 얼굴처럼 보였던 것.
화성인면상. 1976년 바이킹이 찍은 화성 사진에서 사람 얼굴을 닮은 인면상이 발견됐지만 1998년과 2001년에 찍은 고해상도사진에서는 단순한 언덕임이 드러났다. 사진제공 NASA
화성인면상. 1976년 바이킹이 찍은 화성 사진에서 사람 얼굴을 닮은 인면상이 발견됐지만 1998년과 2001년에 찍은 고해상도사진에서는 단순한 언덕임이 드러났다. 사진제공 NASA


어디서나 사람(특히 얼굴)의 형상을 찾는 데 익숙한 우리 뇌의 작동 메커니즘은 원시시대부터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상대를 재빨리 인식하기 위한 진화의 부산물이다. 이는 우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우주에서 우리뿐이라면 공간 낭비”라는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외계인을 기대하는 열망도 투영된 것이리라.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 이충환 기자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해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즐겨 읽었고, 코스모스를 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자칭 ‘어린 왕자’. 천문학만 무려 7년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과학언론을 몇 년 더 공부한 가방 끈 무척 긴 학구파. 과학 대중화의 사명을 품고 10년 가까이 현장에서 열심을 내는 고참기자. 전문가뿐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학,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과학을 꿈꾸는 몽상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