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350도 뜨거운 물 솟구쳐
열수분출구란 마그마에 의해 데워진 뜨거운 바닷물이 심해 밑바닥에서 펑펑 솟구치는 곳을 말한다. 수온은 최고 섭씨 350도에 달한다. 이곳이 최근 신약물질과 지하자원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극한 환경이 인류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긴 것이다.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했다. 한국해양연구원도 화산대 지역인 서태평양 탐사를 통해 열수분출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수분출구 찾기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죠. 바다가 워낙 넓지 않습니까.”
심 연구원은 2005년과 지난해 탐사 때 온누리호에 탔다. 바닷물을 퍼 올려 메탄 등이 녹아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열수분출구 확인을 위한 핵심 작업이다. 노동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2005년 탐사 때에 그는 무려 1500개의 시료를 분석했다.
“배를 타고 열수분출구가 있을 만한 지역에 다다르면 바로 바닷물을 퍼 올립니다. 채취와 분석이 끝날 때까지 36시간 동안 분석 장비 앞에서 꼼짝 못한 적도 있어요.”
열수분출구 주변에는 구리, 아연,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 덩어리들이 널려 있다. 암석에 함유돼 있다 열수에 의해 녹아내려 밖으로 나왔거나 마그마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생성된 것들이다. 분출구 주변의 독성 환경과 높은 수온에서 견딜 수 있는 생물을 연구하는 것도 큰 가치를 지닌다. 독특한 신진대사를 하는 생물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단초가 된다.
○ 1999년 첫 탐사… 작년부터 마리아나 해구로 넓혀
그러나 망망대해, 그것도 수천 m 심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탓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열수분출구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는 드럼통만 한 금속 망태기를 바다 밑바닥에 던져 넣어 열수로 인해 변형된 암석을 건져 올려야 한다. 그런데 암석을 끌어올리다 보면 금속 망태기를 매달고 있던 줄이 다른 암석에 걸려 꼼짝하지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손승규 연구원은 이런 난감한 상황을 여러 번 만났다.
“배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도대체 어디에 걸렸는지 풀릴 기미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대양의 바다 속은 지형이 험하기 때문이죠. 망태기를 매단 줄이 끊어지는 일까지 있으니까요. 장비를 보통 1.5배씩 챙기긴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진땀을 뺍니다.”
한국이 열수분출구 연구에 뛰어든 것은 1999년이다. 파푸아뉴기니 근처 바다의 마누스 분지와 피지 주변에 있는 라우 분지를 중심으로 탐사선을 띄워 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괌 근처 마리아나 해구로 탐사 지역을 넓혔다.
그 사이 심해의 탁도를 측정해 화산재나 암석 조각이 섞인 곳을 찾아내는 장비가 도입됐다. 탁도가 낮아지면 열수분출구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발달된 장비와 그동안 쌓인 연구 노하우가 열수분출구 연구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탐사를 하다 열수분출구를 찾지 못해도 그것 역시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의 연구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열수분출구가 없다고 해서 ‘헛스윙’으로 단정 지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열수분출구 지역에서 자원을 실질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 연구에 힘을 기울이겠다”며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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