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띄우는 CF, 한국 첫 우주인을 잡아라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한국 최초 우주인 고산 씨가 우주로 향할 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주인 배출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이 있다. 발사 책임을 맡은 러시아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뚫고 당당히 국내 기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려 보내는 국내 막강 강소기업들이다. 한편에선 한국의 맛을 살린 우주식품을 공급해 세계인의 식탁에 진출하려는 회사들도 있다.

기업으로선 이번 우주인 배출 사업이야말로 회사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뽐낼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우주인 배출 사업에 함께 참여하길 희망한 기업이 어림잡아 20개에 이른다”고 했다.

○ 러시아 까다로운 시험 통과한 中企의 힘

4월 8일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 고 씨는 ISS에 약 1주일간 머물며 18가지 우주 과학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고 씨가 이용할 실험장비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국내 기술력으로 제작한 것이다.

생명공학 벤처기업 바이오트론은 이번에 무게 3∼4kg짜리 세포 배양용 소형 생물배양기를 우주로 올려 보낸다. 지상과 달리 무중력 환경에서 공 모양으로 바뀌는 세포를 안전하게 배양하는 첨단 기술이다.

정밀장비 제작회사인 동영기술도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 저울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제안할 정도로 선진국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듣는다.

의료장비 회사인 바이오넷은 우주인의 심장 상태를 확인해 주는 심전도 측정 장비를, 전자장비 회사인 아이스펙은 국산 실험장비가 ISS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막 구실을 하는 전자파 차단 장치를 공급했다.

이들 장비는 러시아가 실시한 수차례에 걸친 까다로운 시험을 거뜬히 통과해 그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은 “직접적 광고효과를 노리기보다 기술력을 노출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실험 장비 제작이야말로 홍보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 최소 20시간 TV출연… 일거수일투족 노출 홍보효과 만점

대기업은 고 씨가 가지고 갈 4kg 분량의 우주식품 쪽을 공략한다. ISS에서 다른 나라 우주인과 나눠 먹는 일만으로도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밥, CJ는 우주김치, 농심은 라면, 동원은 수정과를 한국 우주인의 식단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대상과 한국인삼공사 등 모두 8개 기업이 이번 우주식 개발에 참여했다.

한편에선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를 살려 국산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를 올려 보내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ISS의 심사 기준이 엄격해 중도에 포기했다.

다국적 기업들도 간접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고 씨는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니콘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 관측 사진을 지구로 보내게 된다. ISS 공식 컴퓨터 후원사인 IBM도 혜택을 받긴 마찬가지. ISS에 머무는 모든 우주인은 IBM의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 고 씨는 우주에 머무는 동안 최소 20시간 텔레비전에 출연한다. 매일 뉴스 시간에 하루의 일정을 보고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고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동안 이들 기업은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우주인에 보낸 피자 한판, 기업 이미지 바꿔

해외의 경우 제품 후원, 회사 로고 노출 등 우주마케팅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본 회사들이 꽤 된다. 미국의 외식회사 피자헛은 1999년 우주 마케팅을 통해 떨어져 가던 회사 인지도를 다시 살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피자헛은 운영비가 떨어진 ISS 운영위원회에 후원금을 내 회사 로고를 붙이고, 우주인에게 첨단 보관기술로 만든 피자를 배달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 회사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미 국민의 4명 중 1명이, 전 세계에서 6억1100명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김주호 마스터는 “ISS가 16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이다 보니 자연히 해외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효과는 크다”며 “우주라는 제한적인 환경이라 50∼60개 기업이 몰리는 올림픽보다 광고 효과는 적겠지만 스포츠에 이어 새로운 마케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2006년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주인 배출이 가져올 효과를 분석한 결과 4600억 원의 창출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우주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 해외 기업
기업연도방식
코카콜라 펩시콜라1985우주선용 콜라 용기, 광고 촬영
슬링키토이1985우주 실험용 장난감 제공
IBM 1993노트북 컴퓨터 탑재
엠앤드엠스1996, 2005우주인 간식거리
파이널프런티어 비프 저키 1996우주인 간식거리
밀크 1997칼슘 보강 우유
피자헛 1999국제우주정거장 피자 배달 이벤트, 우주선 모듈에 회사 로고 부착
라디오셰크2000대중 참여 달 탐사 로봇 발사 계획
레고 2001우주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한 제품 이벤트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한국 최초 우주인, 러시아 훈련현장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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