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영상… 회전 팔… 암 골라 제거
다빈치 로봇이 도입된 후 세브란스병원 800건, 서울아산병원 300건, 분당서울대병원 40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30건 등 총 1200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다빈치 수술은 비싸다.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빈치 로봇은 대당 가격이 25억 원에 달하며 수술용 팔이 소모품이기 때문에 10회 수술 후 갈아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다빈치 수술이 적당한지, 수술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큰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 복강경보다 신경-혈관 손상 우려 작아
다빈치 로봇은 수술 중 주변 신경과 혈관에 손상을 입을 경우 심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전립샘암, 직장암, 식도암, 방광암 수술에 유리하다.
전립샘암은 신경과 혈관이 조직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암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신경과 혈관을 건드리면 수술 후 발기부전,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정교함이 필요한 수술이다.
복강경 수술은 2차원 영상으로 수술 부위를 볼 수 있는 반면 다빈치 수술은 수술 시야가 15배 정도 넓으며 3차원의 입체 영상으로 구현된다. 또 복강경 수술은 기구가 움직이는 각도가 제한돼 몸의 깊은 곳을 다루기 어렵지만 다빈치 로봇은 사람의 손과 팔처럼 자유자재로 회전된다. 로봇 팔의 떨림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좀 더 정밀해 암 조직만 제거하는 데 유리하다.
직장암도 마찬가지다. 직장은 수술할 때 주변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입히기 쉽다. 하복신경, 골반내장신경 등 배뇨기능과 성기능에 관여하는 민감한 신경이 손상되면 대장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방광의 감각이 떨어져 대소변을 자주 보게 되거나 성욕 감퇴, 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식도암 역시 수술 중 주위 신경과 기관지를 다칠 경우 폐렴 등 호흡기 관련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전립샘, 직장, 식도 등은 대부분 배 중앙을 기점으로 구석에 있는 부위라 개복해도 손이 잘 안 닿고 복강경을 넣어도 구석진 곳에 골고루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빈치 수술이 효과적이다.
○ 보험 적용 안돼… 비용 대비 효과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복강경 수술과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환자에게 각 수술법을 설명해주고 환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폐암, 위암, 갑상샘암 등과 관련된 부위는 수술 시 주변 신경과 혈관을 잘못 건드렸다 해도 심한 부작용이 생길 위험성이 적다. 복강경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다빈치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배 안의 양성 종양, 담낭, 맹장 등은 다빈치로 정밀하게 수술해도 비용에 비해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다빈치 수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 2기 암 이후에는 적당하지 않아
심장질환의 경우 심장에 작은 구멍이 난 ‘심방중격결손’은 다빈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판막기형 등 심장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심장판막 질환’은 다빈치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판막질환은 다빈치 수술을 할 경우 인공판막으로 갈지 않고 성형수술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심장동맥(관상동맥) 우회로술’(동맥이 막혔을 때 피가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혈관으로 연결하는 것)은 혈관을 이어주는 과정에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꿰매야 하는데 로봇 팔은 정교한 촉감을 느낄 수 없어 오히려 다빈치 수술이 불리하다는 평이다.
다빈치는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모든 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암이 퍼지지 않은 초기 암인 경우에 가능하다. 이미 전이됐거나 장기로 퍼진 2기 암은 항암요법을 쓰거나 방사선 치료 등을 해야 한다.
(도움말=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안한종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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