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약물치료 등 원인인듯
월경주기 3번 넘기면 검사
갱년기 장애 심하면 치료를
최근 한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39세의 나이에 ‘조기 폐경’이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폐경은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 노화 단계다. 그러나 폐경은 단순히 신체적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상실감, 무력감 등 심리적인 고통이 따른다. 특히 20, 30대 가임기 여성의 조기 폐경은 불임으로 이어지므로 문제가 심각하다.
폐경은 보통 51세 전후에 나타난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됐을 때를 ‘조기 폐경’이라고 말한다.
월경이 있은 후 보통 3개월 이상 월경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무월경이라고 한다. 무월경이 지속되면 더는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폐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월경 주기가 점차적으로 길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월경이 멈추는 것이 조기 폐경의 과정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생리불순으로 여기고 조기 폐경이 된 뒤에도 알아채지 못한다. 본인 월경 주기의 3배 이상의 기간이 지나도록 월경이 없다면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 폐경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방사선치료, 항암 약물치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흡연, 지나친 다이어트, 과도한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흡연은 조기 폐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흡연 여성이 비흡연 여성에 비해 조기 폐경 위험이 59%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이 폐경을 2년 이상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호르몬 보충으로 조기 폐경 증상 완화
조기 폐경 조짐이 있으면 안면홍조, 수면장애, 관절통, 두통, 불안, 우울증 같은 심리적 증상이 동반되는 갱년기 장애가 나타난다.
조기 폐경 여성이 임신을 원한다면 본인의 난자로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타인의 난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한다. 조기 폐경의 경우 정상보다 일찍 난소호르몬 생성이 중단돼 비뇨생식기 위축, 뼈엉성증(골다공증), 동맥경화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호르몬 요법은 자궁암, 유방암, 심장병, 뇌중풍(뇌졸중), 간기능 이상 등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호르몬 치료 중에 정기적인 진찰과 검사를 받도록 한다.
호르몬 보충요법을 하자니 부작용이 두렵고, 그렇다고 폐경기 장애의 고통을 참기도 괴로운 여성은 식물 성분의 폐경기 치료제를 사용할 만하다. 대표적인 식물성분의 폐경기 치료제로는 승마(升麻), 히페리시, 이소플라본, 감마리놀렌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승마와 히페리시 복합제인 ‘훼라민Q’(동국제약) 등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 자두, 딸기 등 많이 섭취하면 도움
일반적으로 조기 폐경이 되면 난소의 기능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염색체 검사를 해보면 조기 폐경 환자의 10∼20%는 자연적으로 혹은 에스트로겐 치료를 통해 일부 남아 있는 난포가 성숙해져서 일시적으로 난소 기능이 되돌아오기도 한다.
조기 폐경 증상은 식사나 운동을 통해서도 완화될 수 있다.
폐경기 증상을 겪는 여성은 단백질, 지방,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두부, 된장 등 콩류 제품도 도움이 된다. 과일 중에는 자두, 딸기, 복숭아, 양배추, 사과, 무화과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보론이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증가시켜 폐경 후 여성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음식, 맵거나 짠 음식은 안면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칼슘, 비타민 보조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폐경기 여성은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안면홍조와 두통 증상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말=강병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