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우리집 실험실’서 창의력과 상상력 ‘쑥쑥’

  • 입력 2008년 3월 19일 23시 20분


‘우리집 학교 엄마 선생님’ 카페
‘우리집 학교 엄마 선생님’ 카페
올해 6살인 문일이는 가장 좋아하는 반찬인 달걀이 물에 가라앉아 있다가 소금을 넣자 갑자기 떠오르는 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소금을 넣으면 물의 밀도가 달걀의 밀도보다 커져 달걀이 떠오르게 된다. 어머니 박자연 씨는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어린 문일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차근차근 밀도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열중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외우는 ‘죽은 교육’이 아닌 ‘산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주방과 거실을 실험실 삼아 ‘한국의 에디슨’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똑똑한’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실험한 것을 결코 금방 잊어버리지 않아요.” 박 씨는 과학실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한다. 문일이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실험을 한 뒤부터 실험과 연관된 내용이 나오면 스스로 생각을 떠올려 의견을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씨는 카페 ‘우리집 학교 엄마 선생님’(cafe.naver.com/teachermommy.cafe)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다른 부모들과 실험방법과 재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하며 얻게 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털어놓기도 한다. 카페에는 ‘우유에서 단백질 분리하기’와 설탕, 소금, 기름 등을 이용해 ‘물에 녹는 물질 찾기’와 같이 집에 있는 재료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집에서 과학실험을 하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집에서 아이들과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지 몰랐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힘을 모아야할 필요를 느꼈다. 같은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속속 모여 지난해 여름에 개설한 카페는 이제 회원수가 1100명이 넘었다.

카페를 통해 부모들은 좋은 교재와 실험재료를 함께 구매하고 수학이나 영어 등 다른 과목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있다. 박씨는 “가정 곳곳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과학실험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실험만을 모아 방대한 자료를 자랑하는 카페도 있다. 카페 ‘신나는 과학실험 동호회’(cafe.daum.net/shinscience)에는 ‘빨대로 만드는 잠수함’ 실험을 비롯해 500여 건의 실험정보가 있다. 4000여명의 회원 중 절반가량은 아이들과 함께 실험하기 위해 가입한 부모들이다. 회원 김지훈 씨는 “카페에 있는 실험정보를 보고 재료를 준비해 아이와 함께 쉽고 재밌게 실험 한다”며 “카페 회원들이 올린 후기는 하나의 지침서이자 훌륭한 교재”라고 말했다. 게시판에는 실험을 하면서 실수했던 이야기와 상세한 실험방법이 올라와 있어 이후에 실험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과학잡지 ‘과학동아’에 나온 기사를 재구성해 실험방법과 원리를 설명한 실험도 눈에 띈다.

아이와 함께 한 실험 사진과 동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윤식 씨는 자신의 블로그 ‘선우화정이빠샤’(blog.naver.com/pygmalion999)에 ‘신나는 실험실’과 ‘재밌고 신기한 과학’ 게시판을 운영한다. 이 블로그는 스크랩 11만 건, 블로그 이웃 1500여명, 토털 방문객수 1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 씨가 손수 모은 학습 자료와 귀여운 아이들이 실험을 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 씨는 “과학실험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아이와 함께 실험을 하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곧 놀이이자 교육”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과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과학지식을 많이 갖고 있지도 않다.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하며 준비한다. 두려움을 떨치고 무작정 실험을 시작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번 주말은 아이들과 함께 거실과 주방을 실험실로 꾸며 보는 것은 어떨까? 실험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찾아 정보를 얻자. ‘우리집’ 실험실에서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쑥쑥’ 자란다.

‘엄마샘’과 ‘아빠샘’이 전해준 ‘아이와 함께하는 과학 실험’ 조언 7가지

(아이들과 함께 과학실험을 하는 부모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1. 실험은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2. 실험은 실험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면 주방과 거실은 훌륭한 실험실이 된다.

3.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실험을 하면 과학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키울 수 있다.

4.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모른다면 원리를 알아내 반드시 설명해 준다.

5. 실험 후 관련된 책이나 또 다른 실험을 계획한다면 효과는 200%.

6. 위험한 화학약품이나 재료를 쓸 경우 아이들에게 반드시 사전에 숙지시킨 뒤 실험한다.

7. 아이 혼자서 실험을 하지 않도록 다짐을 받는다.

과학실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카페나 블로그

이준덕 동아사이언스 기자 cyrix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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