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미국선 돈 내고 사용하는 주파수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195억9000만 달러(약 19조6487억 원).

이달 20일 미국이 실시한 주파수 경매에서 700MHz 대역(698∼806MHz)이 버라이즌, AT&T 등 미국 통신기업에 팔려나간 총 낙찰 금액입니다. 이른바 ‘황금 대역’인 이 주파수의 사용가치가 19조 원에 달한다는 의미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파수가 무슨 가치가 있기에 이런 거액이 오가는 것일까요.

무선 방송 및 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전파에 영상 및 데이터 신호를 실어 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특정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사용 권리부터 얻어야겠지요.

하지만 주파수는 이용이 한정된 유한한 국가 자원입니다. 영토, 영공, 영해에 이은 ‘제4의 영토’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유한한 국가 자원을 혼자만 사용하려다 보니 대가(代價)가 비싼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이번에 미국에서 팔려나간 700MHz 같은 1GHz(1GHz는 1000MHz) 미만 주파수 대역은 경제성이 높아 더욱 가치가 높습니다.

한국의 황금 주파수 대역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KBS MBC 등 방송사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상당 부분을 거의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공공성, 공익성이 강한 서비스라는 이유에서죠.

문제는 이런 주파수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성이 높은 1GHz 미만 주파수 1000MHz 가운데 방송용 주파수는 절반가량(49%)인 467MHz에 달합니다. 이 중 TV 방송이 408MHz를 차지하죠.

TV 방송국은 이 주파수를 활용해 594만 가구에 방송을 내보냅니다. 같은 대역에서 이동통신의 경우에는 1800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약 8분의 1 수준인 50MHz의 주파수만을 점유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파수를 회수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현재의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되는 2012년까지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부분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살지만 국민들은 사실 수조 원 가치의 주파수를 방송사를 위해 기부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방송을 생각하면 이들이 과연 수조 원어치의 편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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