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는 마침 4월호에 ‘2030 바이오닉맨’이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썼습니다. 천리를 내다보는 눈,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귀, 철근을 솜털처럼 들어 올리는 팔과 다리 등 의공학자들이 앞으로 20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지요.
제가 재미있게 본 건 뇌입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 주는 기관인 해마를 인공해마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면 뇌의 기억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네요.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으로…^^.
다시 코너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 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976년 소머즈를 만든 비용은 600만 달러(60억 원)입니다(쉽게 말하면 600만불의 사나이에 이은 600만불의 아가씨겠죠). 그런데 2008년 소머즈는 5000만 달러(500억 원)입니다. 아니 이런. 시간 좀 흘렀다고 가난한 소머즈에게 10배나 되는 바가지를 씌우다니….
과연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72년에서 32년이 흘렀는데 그새 물가가 그만큼 오른 거지요. 아니 물가가 이렇게 오를 수 있냐고요?
만일 물가 인상율이 3%라면 올해 100원 하는 물건은 내년에는 103원이 됩니다. 이듬해에는 106.09원이 됩니다. 그 이듬해에는 109.27원이 됩니다. 소수점 이하로 이상하게 따라붙는 녀석들이 있죠? 그게 바로 복리에 의한 효과입니다.
이자만 복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 물가는 가장 대표적으로 복리로 늘어나는 돈입니다. 처음에는 별게 아닌데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지요.
소머즈를 만든 비용을 물가를 고려해 계산해 봅시다.
소머즈는 두 다리, 팔 하나, 귀 하나, 눈 하나를 인공장기로 바꿉니다. 원작에 비해 눈이 늘어났습니다. 600만 달러일 때 장기 하나를 150만 달러라고 한다면 2008년 소머즈는 1976년 기준으로 7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입니다(눈 하나 추가…어째 으스스)
1976년 이후 평균 물가 인상율은 아쉽게도 잘 모릅니다. 올해 정부 목표가 3% 대인데요, 여기에 맞추면 <750만 달러 * 1.0332 = 1931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역사적으로 저물가 시대입니다. 만일 5%라고 하면 3574만 달러가 나옵니다. 6%라고 하면 4840만 달러입니다. 실제 들어간 돈과 거의 비슷합니다(물가가 복리가 아닌 단리로 오르면 2190만 달러가 됩니다). 7%라고 하면 소머즈는 횡재했습니다.
게다가 소머즈에는 나노기술 등 현대의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됩니다. 원작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머즈가 바가지를 쓴 건 아니지요. 물론 돈은 소머즈 뒤에 있는 비밀단체에서 냈겠지만요.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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