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아닌 신혼부부가 결혼 사진을 찍으러 올 정도로 멋들어진 건물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으며, 사무실은 원형으로 팀원이 등을 맞대는 구조로 배치돼 언제든 등만 돌리면 회의할 수 있다. 문에 아이디어실이라고 표기된 방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여러 회의실은 샹송, 오케스트라 등으로 이름 붙여져 있었다. 무료로 무제한 공급되는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휴식공간과 전망 좋은 헬스장, 탁구장, 널찍한 야외 농구장 등 평소 동경하던 시설이 가득했다.
이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은 건 제주라는 환경이다. 언제든 바다와 한라산을 만끽할 수 있으며, 골프와 승마 등과 같은 고급스포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특히 다음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 직원들이 스포츠를 맘껏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근무 시간이 자유롭다면 직원들이 방만하게 일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GMC 직원 200명이 모두 휴게실을 사용한다면? 또 간식비는 엄청날 듯싶은데?
“음료수 비용만 한 달에 800만 원이나 들 정도로 적지 않은 간식비가 지출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용이 적어요. 아직 경직된 기존의 틀을 벗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태호 마케팅센터장의 아쉬움 섞인 말이다.
그 어느 회사보다도 젊다고 자부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고 알려진 인터넷 기업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꾸려고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문화라고 한다. 다음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취할 것이며, 그들의 창의성이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에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창의력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날 석종훈 대표는 다음이 기술 기업임을 강조했다.
“인터넷 기업에 기술이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 도태될 것입니다. 최근 기술인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인력 대비 R&D 인력의 비율이 50%를 넘었고, 70%를 넘기려고 계획 중입니다.”
다음은 2000년 초까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쇠락해 포털에서 한참 뒤처진 2위로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석 대표는 포털의 미래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이 다시 1등이 되려면 지금까지 나온 기술로 앞서는 것으로는 가망이 없습니다. 새로운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찾는데 그동안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조만간 하나씩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스스로 미디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의 플랫폼이 곧 미디어이며, 다음이 생각하는 미디어는 사람의 생각과 의견, 정보가 모이는 공간입니다.” 석 대표는 미디어 기업으로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이 같이 밝혔다. 다음이 본격적인 미디어 기업으로의 변신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기존의 포털이라는 특성에 새로운 미디어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로 바뀔지, 미디어를 중심으로 포털의 스타일을 새롭게 바꿀지, 다음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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