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컴퓨터 등 유해환경 노출
초등생 5명중 1명꼴 안경 써
눈 자주 비비거나 찡그리면
바로 안과 찾아 시력 검사를
“엄마,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
초등학교 3학년인 서진이는 얼마 전부터 칠판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피곤해서 그런 거야”라며 그냥 지나쳤다.
서진이가 몇 차례 더 불평하고 난 후에야 모자(母子)는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시력이 양쪽 모두 0.4로 근시가 상당히 진행됐다”면서 “안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1년 전만 해도 서진이의 시력은 1.2였다. 의사는 서진이에게 “책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며 읽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눈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32명 정원의 이 학급에서 10%에 해당하는 3명이 안경을 끼고 있다. 옆 교실에는 안경 쓴 학생이 6명으로 더 많다.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1.7%가 안경을 끼고 있다. 6학년에서는 안경 낀 학생 비율이 68.8%로 높아졌다.
평생을 지켜야 할 아이들의 시력이 유해환경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올 3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758명을 대상으로 안경(콘택트렌즈 포함) 착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35.9%가 안경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20.8%에 불과했지만 중학생 42.2%, 고등학생 55.0%로,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안경 착용률이 높았다.
의학적 기준으로도 아이들의 시력 감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안과학회가 지난해 말 서울 양천구 초등학생 9779명을 조사한 결과 55%인 5336명이 근시, 난시 등 ‘굴절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조사에서는 굴절 이상이 있는 초등학생은 32%였다. 7년 사이에 23%포인트나 증가한 것.
시력이 나쁜 아이들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실명예방재단이 조사한 전국 미취학 아동 시력검진 결과에 따르면 3∼6세 미취학 아동 9만7280명 중 시력이 0.5 미만인 아이는 3.4%였다. 2000년 미취학 아동 37만8177명에 대한 조사에서 시력 0.5 미만 아이가 2.7%였던 것에서 증가한 것이다.
안과 전문가들은 학업 스트레스, 과도한 컴퓨터 사용과 TV 시청, 편식, 패스트푸드 과다섭취 등을 아이들의 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눈을 예뻐 보이게 해준다는 컬러렌즈, 서클렌즈 등 미용렌즈의 무분별한 사용도 시력 저하를 부른다.
부모의 무관심도 자녀의 시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가 눈을 자주 비비고 눈을 찡그리는 것은 시력 저하의 전조 증상이지만 이를 깨닫는 부모는 많지 않다.
오세열(삼성서울병원 소아안과 교수) 대한안과학회 소아안과연구회 총무이사는 “만 3세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고, TV 인터넷 등 눈에 나쁜 주변 환경을 멀리하는 노력만이 아이들의 시력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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