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보다 백열등 사용이 눈의 피로 덜해
책보거나 게임땐 눈과 30cm 거리 유지를
하루 2시간 야외활동 근시발생 10% 줄여
《“아, 그걸 미처 몰랐네요.” 초등학교 4학년 김태완(11) 군 가족은 장지호 순천향대병원 소아안과 교수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군이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방 책상의 스탠드가 왼쪽에 놓여 있었던 것. 장 교수는 “김 군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왼쪽에 스탠드가 놓여 있으면 손그림자가 생겨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며 오른쪽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장 교수는 11일 경기 안양시 비산동에 있는 김 군의 집을 방문해 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알아봤다. 장 교수가 가져간 간이 시력검사표로 검사한 결과 김 군의 양쪽 시력은 0.1로 나왔다.》
김 군은 유치원에 다닌 일곱 살 때만 해도 시력이 1.0으로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시력검사에서 눈이 나빠진 것을 알고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선우(가명·40) 씨와 어머니 송진영(40) 씨는 “아이 눈이 이렇게 나빠진 줄 몰랐다”며 “집 안에서 눈을 나쁘게 만드는 환경을 꼭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양쪽 시력이 0.2로 안경을 썼으며 송 씨는 시력이 0.6이다.
▽백열등, 할로겐등 스탠드가 좋아요=김 군 공부방의 천장에는 주황색 빛을 내는 형광등이 두 개 달려 있다. 장 교수는 “이 정도의 불빛은 450럭스로 약간 어두운 편이지만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 공부할 때 방 전체 등과 책상 위의 스탠드를 모두 켜도록 당부했다.
김 군 책상의 스탠드는 오래전 구입한 형광등 스탠드였다. 장 교수는 “스탠드를 자외선이 덜 나오는 백열등이나 부드러운 불빛의 할로겐등으로 바꾸면 눈을 덜 비비게 된다”고 말했다.
또 스탠드를 너무 가까이 두는 김 군의 습관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눈에서 15cm 이상 거리를 띄우고, 종이 갓을 만들어 씌워 직접 조명을 받는 정도를 줄이는 것도 시력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장 교수의 질문에 김 군은 책을 책상 바닥에 눕혀서 읽는 시범을 보였다. 장 교수는 “학생이라 책을 많이 보는 만큼 받침대에 책을 받쳐 30cm의 거리를 두고 똑바로 세워서 읽으면 눈의 피로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기와 눈의 거리는 30cm 유지=거실에는 50인치 대형 TV가 놓여 있다. 소파와 TV 거리는 3m 정도. 김 군은 소파에 앉지 않고 1.5m 정도 떨어진 바닥에 앉아서 TV를 본다.
어머니 송 씨는 “스크린 크기가 작은 TV도 2, 3m 떨어져서 보라는데 아이가 너무 가까이서 봐 걱정”이라며 “뒤쪽으로 와서 보라고 해도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TV나 컴퓨터 화면을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은 아직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너무 가깝게 붙어서 본다면 눈에 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군이 좋아하는 게임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군은 하루 평균 1시간씩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한다. 장 교수는 “게임은 하루 3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고, 정 줄이기 힘들다면 게임기와 눈 사이에 30cm 거리를 유지하라”고 충고했다.
▽자외선 덜 받아야 눈이 건강=김 군의 생활환경을 살펴본 장 교수는 책 읽고 게임하는 습관을 고치고 스탠드 위치를 조정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장 교수는 “근시는 유전적 영향이 큰데 김 군은 부모가 모두 시력이 안 좋다”면서 “키가 크는 동안은 안구도 같이 크기 때문에 성장기에 제대로 시력 관리를 안 해 주면 안구의 초점이 안 맞아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김 군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숙제도 내줬다.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김 군은 하루 2시간씩 운동과 야외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미국에서 나온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총 14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근시 발생을 1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김 군의 집을 떠나기 전 “밖에 나갈 때는 모자를 꼭 쓰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5, 6월부터 자외선 양이 증가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자외선이 바로 망막에 도달돼 망막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 교수는 “어려서부터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백내장과 눈에 흰 막이 생기는 ‘익상편’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