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한반도’ 전염병-식중독 비상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 식약청-보사연 기후변화 대책 보고서

기온 1도 상승하면 말라리아 발병률 3% 증가 전망

“2020년엔 식중독 35%↑… 체계적 통제기술 필요”

조류인플루엔자(AI)가 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온난화로 콜레라, 세균성이질 등 식중독 환자가 매년 늘어나 2020년에는 현재보다 35%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기온 상승으로 AI 같은 신종 전염병 발생도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4일 식품 안전의 날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기후 변화에 따른 식품안전 관리 대책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콜레라,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 등 식중독 환자는 현재(2003∼2007년 평균) 8905명에서 2020년 1만2052명으로 3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과 2080년이 되면 식중독 환자는 1만3300명, 1만4687명에 이르러 현재보다 각각 49.3%, 64.9%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현재부터 2080년까지 한반도 기후변화 등 환경변화를 전망한 뒤 이를 시뮬레이션화해 식중독 발생건수, 식중독 환자 수, 전염병 발생 및 확대 등을 예측한 것이다.

이 기간에 국내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 13.6도에서 2020년 14.8도, 2050년 16.6도, 2080년 18.6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식중독 발생건수는 현재 연평균 236건에서 2020년 251건, 2050년 274건, 2080년 297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는 기온이 올라가면 식중독뿐 아니라 동물을 매개로 하는 전염병 발생률과 발생지역이 점차 확대된다고 밝혔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말라리아 발병률이 3%, 유행성 출혈열 발병률이 22% 증가하는 등 국민건강에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세균 및 바이러스 변종의 등장으로 AI 등 신종 전염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와 관련된 의약품 사용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기혜 보건사회연구원 식품영양정책팀장은 “기온 상승으로 AI 등 신종 전염병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염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예방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인 전염병 통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양계-외식업계 “AI 특별재난 선포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는 가운데 양계 및 외식업계 등이 정부에 가금(家禽)산업을 특별재난으로 선포하고 합당한 대책과 보상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치킨외식산업협회, 한국계육협회, 한국오리협회 등 가금육 관련 단체와 제너시스, 하림, 마니커 등 닭고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1일 AI 방역작업에 동원된 군부대 사병의 감기 증세를 마치 AI에 감염된 것처럼 발표하는 등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정부는 관계자를 문책하고 AI를 특별재난으로 선포해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는 ‘닭, 오리고기와 계란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가금육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382명이 AI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241명이 사망했지만 가금육이나 계란 요리로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또 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가금육은 도축 및 유통을 하지 않는다”며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섭씨 70도에서 5.5초만 익히면 모두 죽는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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