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혹시 부모의 병이…” 유전자 검사로 걱정 더세요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이색 전문클리닉 - 유전의학 분야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등 유전질환 클리닉

미래의 질병에 미리 대처하려는 클리닉들 주목

《김영실(45·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1년 전 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 자신도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지난달 한 대학병원의 유전암클리닉을 찾았다. 클리닉의 검사에서 김 씨는 유방암의 유전과 관련된 ‘BRCA1’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것이 발견됐다.

김 씨 또한 언니와 마찬가지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의사는 설명했다. 김 씨는 그 후로 유방외과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사와 진료를 받고 있다.》

상당수의 질병은 유전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부모가 걸린 병에 자녀도 잘 걸린다는 뜻. 최근 유전자 기형이나 이상 여부를 미리 찾아내 미래의 병에 대처하려는 클리닉이 늘고 있다. 바로 ‘유전의학 클리닉’이다.

클리닉의 이름을 빌려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유전자검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개인 유전자 정보가 유출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예방의학 차원에서 이런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전의학 클리닉의 특성을 알아본다.

○ 삼성서울병원 “유전성 암에 특화”

일반적으로 유방암, 대장암, 직장암, 췌장암, 갑상샘암은 유전성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방암과 대장암은 전체 환자의 5∼10%에서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에 이런 종류의 암 환자가 있다면 다음 세대에서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운영하는 ‘유전암클리닉’은 유전성이 비교적 강한 암을 미리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클리닉에서는 가족력과 유전성 암에 걸릴 가능성에 대해 개별 상담을 한다. 의심되는 암의 종류에 따라 어떤 유전자를 골라 이상 유무를 검사할지 결정한다. 가족 중에서 암 환자가 생존해 있다면 필요한 경우 가족 전체가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일단 가족력이 입증돼 암 발생 고위험 군으로 판명되면 지속적인 검사를 받는다. 유방암의 경우 매달 유방 자가 검진을 하며 매년 1회 이상 유방암 정밀 검진을 실시한다. 가족력이 없다면 30세 이상은 매달 유방 자가 검진, 35세 이상은 2년마다 임상진찰, 40세 이상은 1, 2년마다 유방 촬영검사를 한다.

이 클리닉은 암 전문 의사 10명이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매년 5만 건 내외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유럽과 남미에서 환자가 찾아와 검사를 받기도 한다. 02-3410-2710

○ 아주대병원 “유전성 희귀난치병 전문”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는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세워진 유전의학 클리닉이다. 당시만 해도 유전성 희귀난치병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 그 때문에 유일무이한 유전의학 클리닉으로 받아들여져 관련 질환의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환자를 넘어 가족력이 있지만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일반인, 유전질환 위험을 미리 발견하려는 일반인 등에 대해서도 검사와 상담을 확대하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유전의학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환자를 맞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의사는 고객의 가계도와 병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유전성 난치병에 대한 정보와 대처법을 미리 일러준다. 이렇게 하면 만약 병이 실제 나타난 후에도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것이 병원의 설명이다.

검사결과 유전성 희귀난치병이 발견되면 즉각 다른 과와 협진체제로 들어간다. 신경섬유종 환자의 경우 암세포의 확산을 예상해 피부과, 종양혈액내과 등과 협진을 하는 식이다.

프라더윌리증후군, 터너증후군, 난청, 신경섬유종증, 소뇌실조증, 결절성경화증, 골형성부전증, 윌리엄증후군 등 희귀 유전성 난치병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기적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031-219-5979

○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 “어린이 희귀병 전문”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희귀난치병 유전의학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전에 발병 확률을 따지기보다는 이미 유전성 희귀난치병에 걸린 청소년 치료에 유전의학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임상적으로 직접 환자 치료나 상담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유전의학을 연구하는 기구를 두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교수 “유전자 150여개 진단 활용해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래에 발병할지도 모르는 병’을 정확히 예측해 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내의 유전자 진단의학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미래의 질병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병의 종류, 사람의 체질 등에 따라 유전자 진단 결과의 정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자 진단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질병을 예측할 수 있나.

“최근까지 확인된 인간의 유전자는 2만5000여 개이다. 이 중 질병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는 16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 유전자 의학기술은 1600여 개 모두를 진단할 수 있지만 대체로 150여 개의 유전자를 진단에 많이 활용한다. 유방암, 대장암과 근육이영양증, 알츠하이머 등 희귀난치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의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현재 병에 걸려 있는지, 앞으로 병에 걸릴 것인지를 모두 예측할 수 있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처럼 유전적 요인 말고도 환경과 생활습관의 영향이 큰 질병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이런 질병을 정확히 예측한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있다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검사를 하면 언제 병에 걸릴지도 알 수 있나.

“결과는 현재 건강상태, 나이, 신체조건 등을 반영해 확률로 제시된다. 검사 결과는 ‘유방암의 변이 유전자가 있으며, 이 상태로 가면 10년 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80%까지 올라가고 일반인보다 3, 4배 높다’는 식이다.

―한 번에 몇 개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가. 비용은 얼마인가.

“수십 개를 동시에 할 수도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보통은 의심되는 질환을 중심으로 검사를 실시하며 비용도 10만∼2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유방암, 대장암의 경우는 50만∼70만 원 정도 든다.”

―검사는 어떻게 하는가.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외래로 방문한 환자의 혈액을 추출해 검사한다. 때로는 피부나 장기 조직 일부를 떼어내 정밀검사를 할 수도 있다. 이 추출물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염기서열 분석검사를 해서 결과를 도출한다.”

―출산 전 유전자 검사도 하는가.

“국내에서는 출산 전 검사가 윤리적 문제로 인해 널리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전자 기형이 예상되면 유산을 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산전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으며 영국은 배아세포 단계에서부터 검사를 하는 등 매우 활발하다. 이 나라에서는 유전자 기형이 발견돼도 유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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