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테르
수개월 전 ‘무한도전’이라는 한 예능프로그램이 고정출연자인 연예인들의 댄스 스포츠 대회 참가기를 방영해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기본 스텝도 밟지 못해 쩔쩔매던 연예인들이 대회당일 일취월장한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마지막 종목인 ‘자이브’ 에 출전한 유재석 선수(?)의 다이나믹한 발차기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댄스 스포츠는 스탠더드 5종목, 라틴 5종목이 있는데 전자는 우아함이, 후자는 개성있는 표현력이 관전 포인트다. 라틴 종목 가운데 가장 빠른 비트의 춤이 바로 자이브로 1분에 220비트나 된다. 경기 시간은 불과 2분이지만 춤을 마친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유다. 경쾌한 자이브는 댄스 스포츠 동아리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데 2004년 개봉한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제비로 나온 김수로의 자이브 예찬론도 들을만하다.
얼마 전 ‘The Swing Book’이라는 책을 읽다가 자이브에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99년 데겐 페너라는 사람이 쓴 이 책은 스윙, 즉 재즈에 관련된 음악과 댄스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데 은근히 재미가 있다. 원래 스윙(swing)이란 말은 1930년대 베니 굿맨 악단이 자신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스윙음악이라고 한데서 나왔는데 재즈 연주 특유의 ‘몸이 흔들리는’(swing) 리듬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음악이 큰 인기를 얻어 베니 굿맨은 ‘스윙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자이브(Jive)는 유럽식 스윙 댄스로 현대 음악에 어울리는 템포가 빠르고 정형화된 춤이다. 미국의 지터벅을 가져와 댄스 스포츠의 종목으로 다듬은 춤이다. ‘지루박’이라는 일본식 이름이 더 익숙한 지터벅(jitterbug)은 1930년대 말 미국 동부에서 선보였는데 주로 흑인들이 추던 린디 홉이란 춤에서 즉흥적 요소를 줄이고 좀 더 쉽게 만들어 백인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든 춤이다. 결국 자이브의 원조는 린디 홉인 셈이다.
1920년대 뉴욕의 유명한 댄스홀인 사보이클럽에서 탄생한 린디 홉(lindy hop)은 재즈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춤으로 특히 즉흥적인 성격이 크다. 린디 홉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경이적인 춤 솜씨를 보여준 댄서들이 있었기 때문. 특히 흑인 댄서 프랭키 매닝은 폭발적인 파워와 격렬한 동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매닝이 1936년 경 창안한 애어리얼(aerials)은 등이나 배 위로 파트너를 넘겨 공중회전시키는 동작으로 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린디 홉(Lindy hop)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즉흥성이 강한 이 춤이 아직 이름이 없을 때 키는 작았지만 춤 하나는 끝내줬던 쇼티 조지 스노우덴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지금 춘 춤의 이름이 뭐죠?”
“글쎄요…. 린디 홉이라고 할까요.”
스노우덴의 재치가 돋보인 이 말은 인터뷰가 보도된 뒤 정식용어로 굳어졌다. 당시는 미국의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가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뉴욕~파리 간의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을 막 성공한 뒤였다. 스노우덴은 린드버그의 비행을 파리에서 뉴욕까지 ‘폴짝 뛴’(hopping) 것으로 생각해 춤에다 ‘린드버그의 도약’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기발한 상상력 아닌가.
오늘은 린드버그가 대서양 비행을 위해 뉴욕을 이륙한 지 81년째 되는 날이다. 린드버그는 1927년 5월 20일에서 21일에 걸쳐 33시간 30분 만에 대서양을 건너 파리에 도착해 국민적 영웅이 됐다. 그 뒤 비행기는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에서 매일 비행기 수천대가 대서양과 태평양,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린디 홉’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찰스 린드버그야 말로 진정한 스윙왕이 아닐까.
다음 사이트(swingdanceshop.com)에 가면 린디 홉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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