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림프샘-난소암 초기 발견 어려워
식당을 운영하는 박은수(46) 씨는 평소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아 ‘건강 체질’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2년 전 건강검진에서 ‘소변에 피가 섞여 있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와 곧바로 대학병원에서 방광내시경 검사를 했고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방사선이나 항암치료 없이 내시경 시술로 암세포를 제거했다. 이후 매년 2회 관찰검사로 암의 전이와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박 씨는 암 발견에 관한 한 ‘행운아’다.
동아일보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2003∼2007년 21종의 암 확진을 받은 환자 9만125명의 ‘암 확진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본격적으로 퍼지는 중기 이후에야 암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는 암 환자의 병기(病期)를 ‘초기(0, 1기)’ ‘초·중기(2, 3기)’ ‘중기(4기)’ ‘말기(5∼8기)’ ‘불명확(9기)’으로 분류하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시어 요약(SEER SUMMARY)’ 방식으로 작성됐다.
분석 결과 환자의 46.9%는 장기의 표피나 극히 일부 부위에 암세포가 생기는 초기에 발견됐다. 환자의 23.7%는 인접한 장기나 림프절 중 한 곳에만 암세포가 전이돼 비교적 초기 상태에 가까운 초·중기에 발견됐다.
그러나 9.5%는 암세포가 인접 장기와 림프절에 모두 전이된 중기에 발견됐다. 나머지 19.9%는 인접 장기를 넘어 다른 장기 또는 최초 암 발생 부위로부터 아주 먼 장기에까지 퍼진 말기에 발견됐다. 즉 10명 중 3명(29.4%) 정도는 중기 이후에 암이 발견된 것이다. 중기 이후에 발견될 경우 암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초기에 많이 발견되는 암과 발견확률은 뇌암(89.1%), 방광암(80.9%), 자궁경부암(79.9%) 등이었다. 최근으로 올수록 암의 초기 발견 확률이 증가했다. 2003년 21개 암의 초기 발견 확률은 평균 45.0%였지만 5년 사이에 49.6%로 높아졌다.
말기에 많이 발견되는 암은 골수암(97.4%), 림프샘암(63.9%), 난소암(55.6%)의 순이었다. 골수암, 림프샘암은 전신에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말기에 발견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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