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 反촛불’ 온라인도 보혁공방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노인 잔치” 보수집회 비난… 靑사이트 공격도

“의견 다르다고 무조건 폄훼해선 안돼” 반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쟁은 서울 시내의 광장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도 뜨겁게 달궜다.

인터넷 생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를 포함해 진보 성향의 단체와 언론 사이트에는 10일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접속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촛불대행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부 누리꾼이 청와대 사이트(200만 명 동시 접속 가능)를 다운시키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한동안 사이트의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온·오프라인 공동 실천으로 100만 촛불을 밝히자’며 청와대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자유토론방인 ‘아고라’에는 이날 보수단체의 움직임에 관한 게시물이 4000여 건이나 올라왔다.

대다수 누리꾼은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법질서 수호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를 주최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가 전후 사정도 모르는 노인들을 동원했다고 맹비난했다.

ID가 ‘사당동’인 누리꾼은 “막걸리 준다고 동네 노인들 달구지에 태워 반공대회에 동원했던 30년 전이 연상된다. 동네 노인잔치인 줄 알고 서울광장에 모인 할아버지들이 FTA가 뭔지나 알고 온 건지 궁금하다”고 비아냥댔다.

보수단체가 주최한 집회의 참가자에게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ID가 ‘Monopoly’인 누리꾼은 “게시판에 ‘알바질’이나 하고, ‘딴나라’ ‘명바기’ 지지자가 현실 파악 못하고 거리로 나와 ‘다구리’를 맞아 주겠단다. 많이 나와야 100 대 1이니 이참에 진정한 여론이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의견이 다르다고 무조건 폄훼하는 자세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D가 ‘아카시아나무’인 누리꾼은 “‘의견이 다른 사람=우익=한나라당 알바=뉴라이트=친일파=매국노’인가? 그러면 촛불을 든 사람은 ‘진보주의자=주사파=빨갱이’라고 말하는 분들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되물었다.

다른 누리꾼은 ‘촛불집회자들에게 바라는 점’이란 글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 법을 어기고 쌍욕을 하고, 인터넷과 개인방송의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흥분한다면 스스로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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