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값 비싸다는데…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한국개발硏“신약의 86% 수준… 미국보다 2.5배 이상 가격높아”

제약업계 “정부가 기준 정해… 보험체계 달라 단순비교 무리”

《국내 복제약(카피약)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제약업계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KDI는 “한국 복제약 가격이 미국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약업계는 “보험체계가 다른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논란의 배경이 되고 있는 국내 복제약 가격 결정 과정을 대웅제약의 치매 치료 신약 ‘아리셉트’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아리셉트의 가격은 1알(10mg)에 4258원이다. 이 가격은 특허기간이 종료되는 올해 12월 이후에는 3406원으로 떨어진다. 통상 약값의 30%를 지불하는 환자는 종전 1277원에서 1022원만 내게 된다.

▶본보 2일자 B3면 참조

▶ 약값의 경제학

또 아리셉트와 같은 효과가 있는 복제약이 만들어지면서, 환자들은 더 싼 값에 치매 치료약을 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아리셉트의 복제약인 건일제약 ‘건일도네페질정’은 869원(보험 등재 가격 2895원), 그린제약의 ‘알리셉트’는 415원(보험 등재 가격 1383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아리셉트와 동등한 효능을 지닌 ‘복제약’으로 허가받은 약들은 아리셉트 기존 가격(4258원)의 68%인 2895원으로 가격이 정해졌다. 또 복제약이 나오면 기존 신약(아리셉트)의 가격은 원래 가격의 80%(3406원)로 떨어진다.

기준에 따르면 복제약은 신약이 출시된 이후 원래 신약 가격의 최대 68%(인하된 신약 가격의 85%)까지 받을 수 있다.

의약품을 신청할 때 날짜 기준은 1개월이다. 이 기간 내에 복제약 허가 신청을 하면 4개까지는 최초 복제약 지위를 인정받아 기존 신약 가격의 68%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복제약으로 허가받은 약은 6월의 최초 복제약 중 가장 낮은 가격의 90% 수준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어 8월에 허가받는 약은 7월 최저 복제약 가격의 90%를 받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초 복제약 가격은 기존 신약 가격의 68%까지 받을 수 있지만, 제약사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보다 더 낮게 책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셉트처럼 매달 복제약이 쏟아지는 약이라면 제약사들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을 선택한다. 기존 제약사가 가격을 낮게 매겨도 복제약 가격은 매월 10%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KDI 윤희숙 연구원은 지난달 ‘보험약가제도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 지출효율화’ 논문에서 “한국 복제약 값은 신약의 86%로 미국(16%)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 신약 가격이 한국보다 2배 정도 높은 걸 감안하더라도 한국 복제약은 미국보다 2.5배 이상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복제약 가격이 정부가 정한 일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이 제약사에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제약업계는 반박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복제약 값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에 의해 약값이 결정되는 구조와 국내 제약사들의 척박한 연구개발(R&D) 기반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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