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물렀거라” 친환경 급식 확산

  • 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7분


냉동식품 줄이고 무농약 채소-고기 사용

“덜 가려운것 같다” 아토피 학생들에 인기

《“아토피 피부염을 막으려면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철이 아닌 음식은 냉동식품이거나 식품첨가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학교 급식도 제철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면 좋을 텐데….”

12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초등학교 1층 강의실. ‘식생활 개선으로 아토피 막을 수 있다’ 특강을 듣는 13명의 주부는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부모다. 이날 강사는 노건웅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원장과 이 학교 급식 메뉴를 담당하는 성정림 영양교사.》

강의를 들은 학부모 정혜원(40) 씨는 “주변에 아토피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잘못된 정보도 많이 알고 있었다”며 “아이 학교에서 직접 아토피 교육을 들으니 훨씬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 아토피 예방에 학교가 나서요

‘국민 질병’으로 불리는 아토피에 관심을 갖는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의 아토피 유병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은 만큼 아이들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아토피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가양초교는 올해 3월부터 무농약 채소, 무항생제 고기류를 사용해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한 번씩 학부모들이 참가하는 아토피 예방과 식품첨가물 유해성 교육도 열린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구로초교는 지난해부터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식품 화학첨가물 섭취 제한 수업’을 실시해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초교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가양초교의 성정림 영양교사는 “친환경 급식의 원칙은 냉동식품을 줄이고 최대한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농약농산물 인증마크가 있거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한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가 있는 식품을 위주로 선정한다.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하면 추가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성 교사의 설명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축산물의 경우 일반 축산물과 비교하면 6% 정도 더 비쌉니다. 친환경 식품이 조금 더 비싸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식단을 효율적으로 짜면 비용은 별로 많이 들지 않습니다. 친환경 급식 후 우리 학교 급식비는 강서구 지역에서 중간 정도 수준입니다.”

○ 인스턴트식품 멀리하세요

아토피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은 알레르기 전문의사와 무료 상담을 해서 아토피나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은 따로 교육하며 알레르기 유발 요인이 되는 식품을 알려준다. 아토피 유발 식품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아무래도 아이스크림, 초콜릿,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다.

아토피 증세가 있는 가양초교 6학년 이기웅(12) 군은 “친환경 급식을 먹은 뒤로는 덜 가려운 것 같다”며 “라면과 햄버거에 아토피 유발 물질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이런 음식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토피 교육을 받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아토피를 앓는다는 고민을 공유하다 서로 정보도 활발하게 교환하고 있다.

김향희(35) 씨는 “생선 같은 재료는 기름에 튀기기보다는 찜이나 조림 끓임 같은 요리법을 주로 이용한다”면서 “간식으로는 과자 대신 감자구이나 고구마튀김 등을 먹인다”고 말했다.

송정의(37) 씨는 “조리할 때 주로 삶거나 데치면 씻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식품첨가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교사들은 집에서 자녀에게 라면을 끓여줄 경우 면을 삶은 다음 그 물을 버리고 다시 한 번 끓이도록 당부한다.

교사나 의사들이 아이들에게 잘했다면서 사탕을 선물로 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점희 여성환경연대 환경영양관리사는 “친환경 음식을 만들려면 부모와 학교의 손이 한 번 더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식품첨가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토피를 줄이려면 가정과 학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학교도 친환경 급식과 교육을 활성화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들의 입맛은 아직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환경 음식을 먹으면 금방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토피 예방과 친환경 급식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단체 사이트 주소 내용
서울가양초등학교 www.kayang.es.kr
(‘건강사랑방’ 코너 클릭)
친환경 급식 및 아토피 동향과 예방 지침
서울알레르기클리닉 www.seoulallergy.com 아토피와 음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
농촌정보문화센터 www.cric.re.kr 친환경 농산물 소개
학교보건진흥원 www.bogun.seoul.kr 학교급식과 영양에 관련된 교육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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