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용 컴퓨터(PC)는 성능 향상보다 입출력을 편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산업용 컴퓨터 분야에서는 ‘디지털 생물학’ 등 첨단과학 발달로 인해 성능혁신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컴퓨터와 컴퓨터산업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데스크톱, 노트북 등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성능 혁신 대신 저전력화, 소형·경량화, 초저가화 등 새 발전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며 “그 가운데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는 시도가 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C는 충분히 성능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소비자의 다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현재 컴퓨터는 키보드, 마우스에 의존해 정보를 입력하다보니 손목 저림이나 어깨 결림 등을 동반하는 ‘반복작업손상(RSI)’ 증후군을 유발한다”며 “유아, 고령층, 장애인으로 컴퓨터 사용자층이 확대되는 것도 입출력이 쉬운 PC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음성이나 손가락을 이용한 입력 방식을 미래 PC의 주요 흐름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출시된 닌텐도 게임기 ‘위(Wii)’에서 이용되는 공간 입력기술이 한 예”라며 “2002년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허공에서 입력값을 넣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출력 부문에서도 정보를 몸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OLED)나 플라스틱 전자제품이 실용화되면 쉽게 구부러져 휴대성이 뛰어난 전자신문, 전자책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산업용 컴퓨터 부문에서는 새로운 첨단과학이 등장하면서 성능 혁신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사이버 생명체를 만드는 디지털 생물학이 등장하면서 정교한 생명현상을 그릴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해졌다”며 “지구 생태계 연구, 전염병 전파 시뮬레이션 등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고성능 컴퓨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격 석유 탐사나 의료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분야에서부터 이 같은 흐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일반 공장에서 새 공정을 도입하면서 이를 가상 공간에서 시험해 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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