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이번달에 필자는 풀브라우징이 되는 휴대전화나 PDA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구입하려고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특판이 많아 공짜폰이나 버스폰이 널려있다는 인터넷에서도 필자가 탐내는 모델은 거금 또는 고액요금제를 장기로 선택하지 않고는 구입할 수 없었다.
결국 가격이라는 장벽에 막혀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 휴대전화기를 바꾸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아주 저렴한 1000원에 가입비 면제, 자유요금제, 12개월 의무사용, 번호이동 조건으로 구입했다. 일명 버스폰이다.
버스폰은 버스 요금 정도인 1000원에 구입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속칭한다. 저렴한 대신 옵션이 붙는데 휴대전화 모델에 따라서 3개월부터 24개월까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하는 약정이 붙고, 요금도 자유요금제부터 월 10만 원 이상의 요금제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가입비도 특판에 따라 무조건 면제부터 분할 납부까지 있다.
이번에 구입한 휴대전화는 200만화소의 카메라 기능과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로 세련되게 만들어져 한때 인기를 한몸에 받던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터치와 풀브라우징 기능을 갖춘 3세대(3G) 휴대전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나름 최신형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래된 모델로 영상통화가 안되는 2세대(2G) 휴대전화일 뿐이다.
명색이 디지털세대인지라 풀브라우징 휴대전화를 침만 흘리며 쳐다볼 순 없었다. 풀브라우징 기능을 갖춘 동료의 휴대전화를 협박과 아부를 통해 잠시 빌렸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 탓에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답답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확대 기능을 이용해 웬만한 사이트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다 터칭이라는 감성이 가득 배어나는 기능은 필자를 짜릿하게 자극했다.
동료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밖에서까지 인터넷 서핑을 한다면 인터넷 중독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3G 휴대전화 서비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KTF의 조영주 CEO는 한 강연에서 “모든 비즈니스가 모바일과 컨버전스 될 것”이라며 모바일의 미래를 전망했다. 신용카드와 은행카드 기능, 교통카드, 쇼핑 등 이미 많은 비즈니스가 휴대전화로 옮겨가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간에 모바일의 기술과 디자인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끌고갈 감성을 자극하는 인간적인 마케팅 역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지금 인기를 얻는 휴대전화도 몇년 후면 필자가 구입한 휴대전화처럼 구형이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떤 휴대전화가 왕좌를 차지할까. 미래의 디지털을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겁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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